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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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은 놀랍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옛날 어느 마을에 아유브라는 이름의 농부가 살았단다. 그는 아내를 사랑했고 아들 셋에 딸 둘을 낳아 행복했지. 아유브는 자식 모두를 사랑했지만 특히 막내 카이스를 더 사랑했어. 카이스는 밤마다 잠을 자면서도 걸어다니는 습관이 있었어. 그래서 부모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아이를 치료하려고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지. 그러다가 아유브가 찾아낸 방법은 간단했어. 양의 목에 달린 작은 방울을 떼어내 카이스의 목에 걸어준 거야. 이제 카이스가 한밤중에 일어나면 방울 소리가 나서 누군가는 카이스를 지킬 수가 있었지. 얼마 후 카이스의 몽유병은 사라졌어. 그런데 문제는 카이스가 그 방울에 집착해서 떼어내지 못하게 했던 거야. 하루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카이스는 아버지를 향해 달려갔어. 카이스가 걸을 때마다 딸랑딸랑 방울소리가 났지.

어느 날, 악마가 산에서 내려왔단다. 마을사람들은 악마가 자신들의 집에 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악마가 지붕을 두드리면 아이 하나를 내줘야 했기 때문이야. 만약 아이를 내주지 않으려 하면, 악마는 그 집 아이들을 다 잡아갔어. 악마는 누구 집의 지붕을 두드렸을까.

그래, 아유브 집의 지붕이었지. 아유브와 그의 아내는 선택을 해야했어. 새벽이 가까워올 때까지 부부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어. 어쩌면 그것이 악마가 원했던 것인지도 모르지. 그들이 결정을 못 내리면 한 아이 대신에 다섯 아이를 다 잡아갈 수 있으니까. 결국 아유브는 돌 다섯 개에 아이들 이름을 새겨서 자루에 넣고 그 중 돌 하나를 꺼냈단다.

아유브가 어떤 돌을 꺼냈을까.

아유브는 막내를 품에 안았어. 그리고 집 밖에 내 놓고 문을 닫았지. 카이스는 작은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며 아버지에게 들여보내달라고 울었어."

정말 이 부분을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마치 아유브가 된 것처럼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사랑하는 아이들 중에서 한 명을 악마에게 내줄 수 있을까. 부모로서 아이를 지켜줄 수 없다는 건 견딜 수 없는 슬픔이다. 무기력한 슬픔.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한 명을 선택하지 못해서 모든 자식을 죽게 만든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악마가 원하는 것은 어떤 선택이든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불행이 아닐까.

압둘라와 여동생 파리는 아버지와 함께 먼 길을 가면서 아유브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는 표현은 안 했지만 남매를 사랑했고, 파리를 입양 보내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딸을 위해서는 가난하고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위안하면서. 하지만 아무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이 우리 삶에서 최선인지는.

세상에는 마이단 사브즈 마을을 찾아온 악마처럼 우리의 삶에서 카이스를 빼앗아 갈 때가 있다. 오로지 카이스를 찾기 위해 매달리다가 문득 카이스에게 무엇이 더 행복한 삶인지 갈등하게 되는 아유브처럼 카이스를 잊어야 할 때가 있다.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주저앉을 수만은 없으니까. 이드리스가 로시와의 약속을 저버렸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비극으로 뒤덮인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를 만난 시간보다 풍요와 행복을 누리는 미국에서 지낸 시간이 더 많으니까.

다섯 살 때 개에게 얼굴을 물어뜯기고, 영화배우 엄마에게 버려진 탈리아는 평생 뜯겨진 얼굴로 살아간다. 왜? 그게 바로 자신이니까. 탈리아의 영향으로 성형외과의사가 된 마르코스는 더 늦기 전에 깨닫게 된다. 그는 그동안 엄마가 자신에게 해주지 않은 것들 때문에 속상했던 기억만을 떠올리며 살았다. 그런데 자신의 엄마가 끝까지 아들 곁에 있었다는 진실은 보지 못했다. 엄마는 결코 나를 두고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탈리아와 마르코스 그리고 마르코스의 엄마가 함께 본 일식은 마치 나와 가족, 그리고 조국이 하나로 겹쳐지는 느낌을 준다.

"마르코스, 참 우스운 얘기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거꾸로 간다.

그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에 따라 산다고 생각하지. 그러나 정말로 그들을 끌고 가는 건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란 말이다." (479p)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거대한 산처럼 묵묵히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간의 삶을 기나긴 여행처럼 보여준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세월을 지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프랑스, 미국, 그리스까지 여러 나라에서 세대를 통한 삶을 통해서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압둘라와 파리의 이야기에만 머물러 있을 줄 알았는데 파리의 의붓외삼촌 나비와 양부모의 삶까지 이어져간다. 그리고 그 다음 세대까지 보여주는 과정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누구든 고통의 땅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거나 살았다면 비록 그 곳을 떠나 살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그들의 뿌리.

파리는 결국 자신의 삶에서 채울 수 없었던 빈 부분을 찾게 된다. 비록 악마에게 망각을 선물로 받은 아유브처럼 자신을 기억 못하는 오빠 압둘라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그리고 산이 울렸다>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뿌리를 보여준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아도 외면할 수 없는 그들의 조국, 그리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

"저 건물 보이시죠? 푸른 간판이 달린 높은 건물요."

"응."

"저는 저기에서 태어났어요."

차가 그곳을 지나칠 때,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건물을 계속 쳐다보며 말한다.

"아, 봉(그래)? 너는 운이 좋구나."

"어째서요?"
"네가 태어난 곳을 알고 있으니까."

"저는 그런 생각은 별로 해보지 않은 것 같아요."

"당연하지. 그러나 네 뿌리를 아는 건 중요한 거야. 네가 한 인간으로서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를 아는 건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이 비현실적인 것 같거든.

수수께끼처럼 말이지. 부 콩프레네(이해되니)? 이야기의 시작을 놓치고 이야기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격이지."

- 파리가 오빠 압둘라를 만나러 가는 길에 조카 파리와 나누는 대화 중에서 (504p)

그저 눈앞에 닥친 일이나 당장 처리해야 할 문제만 바라보다가 문득 잊고 있던 것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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