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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소년 2
이정명 지음 / 열림원 / 2013년 5월
평점 :
스티브 윤 피살사건 1급 용의자 안길모의 심문조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위 질문의 대답이 2권의 결말이다.
<천국의 소년>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뻔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반전이 있다.
길모와 날치는 마카오 카지노에서 도박에 손을 댄다. 이유는 한 가지, 영애의 엄청난 빚을 탕감하기 위해서.
평생 배고픔을 짐짝처럼 메고 다닌 소년, 날치는 길모의 유일한 친구였다. <영웅본색>의 주윤발처럼 죽고 싶다던 날치는 결국 더 높은 하늘나라로 갔고, 길모는 영애를 쫓아 서울로 향했다. 길모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대한민국에서 길모를 맞이해준 사람은 교화소 소장 윤영대. 그는 남한에서 탈북자를 돕는 단체를 만들어 윤회장으로 불리며 모범적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윤회장은 겉으로는 기독교인이 되었지만 철저한 자본주의자가 되어 돈을 맹신했다. 길모를 이용하여 주식투자를 하고 부자 노인을 속여 길모를 북한에 두고 온 혈육으로 소개했다. 그런데 정말 부자 노인은 길모를 자신의 손자라고 생각했을까? 길모는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중요한 건 있거나 없는 것이 아니라 있다고 믿는 거예요. 하늘에 아버지가 계시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그래서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요구하는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고 길모를 손자로 받아들였다. 정말로 우연의 일치였을까? 할아버지가 젊은 아내와 헤어지면서 나눴던 이야기. 중요한 것은 내가 곁에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아니라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말이다.
무엇이 진실이든 우리에게 믿는다는 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윤회장은 비열하게 길모를 이용하여 돈을 벌었지만 그가 믿는 건 '돈'이었다. 얼만큼 벌어야 만족할 수 있을까? 돈이 주는 믿음이 자신을 얼만큼 지켜줄까? 과연 윤회장은 행복했을까?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 사람의 삶이니까.
"영애야, 복리를 계산하는 법과 오일러 수의 기능과 해법을 안다고 내가 돈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돈을 바라보고, 날치는 돈을 탐하지만 돈의 주인은 되지 못했어. 돈은 누구에게도 소유를 허락하지 않는 고집 센 아가씨 같아. 누군가 품에 안으려 하면 달아나버리니까. 많이 가진 사람은 더 많이 가지려 하고 적게 가진 사람은 가진 것이나마 빼앗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모두가 불행하긴 마찬가지지.
공화국에서는 많이 가진 사람도 적게 가진 사람도 없었어. 모두가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으니까. 그때 우리는 행복했었나? 그런 것 같기도, 아닌 것 같지고 해. 돈을 몰라서행복했지만 돈이 없어서 불행했으니까....... 너의 길모."
자본주의에서 돈은 총과 칼보다 무서운 흉기가 된다. 공화국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만 이 도시에서는 돈이 사람을 죽인다. 약한 자들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열심히 늦은 밤까지 일해도 생활은 쪼들리고 빚은 늘어가는 마트 아줌마. 아줌마는 자신을 잡아먹고 있는 괴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소년에게도 타인의 아픔을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숫자는 0이야.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하나가 더해지거나 덜해지면 괴물이 되는 건 시간문제거든.
1에 0을 더하면 1이 될 것 같지?
아냐. 1에 0을 더하면 10되지. 거기에다 또0을 더하면 100이 되고...... 빚은 스스로 증식하는 괴물이야." (122p)
윤회장과 함께 미국으로 떠난 영애. 보통 사람이었다면 자신을 배신한 영애를 미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길모에게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사랑하지 않는 모든 것이다. 그리고 영애는 길모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윤회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길모 또한 영애를 놓을 수 없기 때문에 따라간 것이다. 남들은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적고 싶다.
길모는 자신을 심문한 CIA요원 안젤라에게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로 모든 걸 고백한다.
참이지만 증명이 불가능한 수학적 명제.
부정도 증명도 할 수 없는 문제.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 안길모는 '나는 거짓말쟁이다'라고 살인현장에 메시지를 남겼고 그는 진실을 위한 거짓말을 했다.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던 소년이 소녀를 만나고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소년을 통해 진실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