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사람, 임동창 - 음악으로 놀고 흥으로 공부하다
임동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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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창, 이름 석 자를 보자마자 끌리듯 이 책을 읽게 됐다.

우연히 이 분의 연주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흔히 클래식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은 우아한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은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 분은 마치 옆집 사람처럼 너무나 편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피아니스트 임동창.

솔직히 음악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이 분의 연주곡을 즐겨 듣는다거나 공연을 보러 간 적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게 '임동창'이라는 이름이 강렬하게 각인된 것은 음악보다는 인간적인 호기심이 더 컸던 것 같다. 놀랍도록 훌륭한 피아노 연주를 보고 음악적 감동을 너머 그 사람 자체가 궁금해지는 건 왜일까?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피아노가 아닌 자기자신을 연주하는 듯 느껴질까?  음악이란 과연 무엇이기에 한 사람을 오롯이 그 안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일까?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이 직접 만나는 인연뿐 아니라 책이나 음악도 때가 되어야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지금이 바로 '노는 사람, 임동창'을 만나야 할 때였나보다.

오롯한 내 음악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각자 삶에 놓인 질문은 비슷한 것 같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야하는가?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풀어놓으며 우리 조상이 물려준 놀라운 지혜, '풍류'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한다.

열다섯 살, 개구쟁이 소년에게 피아노 선율이 벼락처럼 몸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소년은 피아노에 푹 빠졌고 온종일 피아노만 두드렸다. 그토록 피아노에만 빠져살던 소년은 '내가 나를 모르는데 어찌 음악을 알 수 있겠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막혀 출가를 결심했다. 그러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동생 여럿을 둔 장남이라 군면제가 확실했던 그의 출가를 막아보려고 입대서류를 내는 바람에 군대에 갔다. 절망적인 시기였지만 군대에서도 '이 뭐꼬'라는 화두를 놓지 않았다.

제대 후 스물여섯 살에 찾아온 첫사랑의 인연은 비록 가슴 아프게 끝이 났지만 음악가의 길로 이어졌다. '작곡공부, 연극, 뮤지컬, 외국 공연 등등 그의 음악적 활동은 어떤 틀에 얽매임 없이 자유로웠다. '이 뭐꼬'의 화두 때문이었을까. 그의 음악공부는 자연스럽게 우리 전통음악과 인연이 되어 '참나'와 하나되는 흥까지 나아간 것 같다.

40대 중반, 그는 새로운 의미의 첫사랑인 현재의 각시 효재를 만난다. 이부분에서 깜짝 놀랐다. 앗, <효재처럼>의 저자가 임동창님의 각시라고?

<효재처럼>이란 책은 지인의 권유로 읽었는데 남편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어서 그냥 무심하고 자유분방한 남편 아무개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인연이었다니, 남들은 다 아는 사실을 나만 이제 알게 된 건데도 놀라울 따름이다. 역시 부부의 인연은 예사롭지 않구나.

인생공부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공부라는데 제대로 된 인연을 만났으니 무엇이 또 필요하겠는가. 그는 피아노를 통해 자유를 갈망했다면 사랑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찾은 것 같다. 결국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그 깨달음은 하나라고 했던가. 그가 얻은 답은 '아무것도 없는 것', 즉 자유라고 한다.

다른 이의 깨달음을 몇 줄의 글로 내 것을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다. 얼핏 알 것도 같지만 내 것이 아니기에 정말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지혜란 생각이 든다. 표현은 다르지만 내게도 '이 뭐꼬'와 같은 화두가 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다. 가끔은 그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울 때가 있다. 풀지 못해서 품고 있지만  언젠가는 때가 되어 풀게 될 거란 믿음은 있다. 그가 풀어낸 화두처럼 그것이 음악이 되었든, 삶에 그 어떤 형태가 되었든.

고마운 책이다. 임동창님에 대한 인간적 호기심뿐 아니라 내 안에 화두까지 조금은 풀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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