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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 기초수학에 담긴 사랑 이야기
노튼 저스터 지음, 김윤경 옮김 / 오늘의책 / 2013년 5월
평점 :
심오한 책이다.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 지나치게 얇고 작은 사이즈에 놀랐다.
점과 선, 기초수학에 담긴 사랑 이야기라고 해서 호기심 반, 기대 반이었는데 철학책 한 권을 만난 느낌이다. 아주 먼 옛날 생각이 바른 직선이 살았는데, 이 선이 짝사랑한 상대는 바로 점이었다는 놀라운 사랑 이야기다. 점이 직선의 마음을 알아줬다면 좋았겠지만 점의 눈에는 오직 구불이뿐이었다. 직선과 점, 그리고 구불이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직선의 사랑은 순애보적이라 결국 점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런데 직선과 점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보다 자꾸 구불이가 신경쓰이는 건 왜 일까? 구불이는 분명히 처음에는 자유분방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점이 직선에게 끌리면서 뭔가 불안함을 느꼈고 억지로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오히려 그런 노력이 구불이를 비참하게 만든 것 같다.
점과 선의 사랑은 아름답다. 그 선이 직선이냐, 구불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전혀 규칙도 없이 무질서해 보이는 구불이도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점을 여성으로, 선을 남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단순히 점과 선이라는 수학적 상징을 통해 인간의 사랑을 수식화한다는 것이 신선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선이 보여준 놀라운 변신은 인간이 사랑을 위해 어떠한 각고의 노력을 하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엄청난 집중력과 자제력을 발휘하여 만들어낸 각은 굉장한 성과인 것이다. 선이 이루어낸 정사각형, 삼각형, 육각형, 사다리꼴 등의 다양한 도형들은 무한한 잠재력이자 대단한 능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점의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점은 어떠한 선이든 함께 모양을 만들어내는 협조자 역할이다. 점과 선은 위대한 사랑의 힘으로 자신의 존재적 한계를 극복한 벡터가 된다는데, 그렇다면 구불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점에게 버림받은 구불이의 운명은 그저 뒤엉킨 무질서 그 자체인 걸까? 점의 선택을 받아야만 완성되는 수학적 사랑?
솔직히 기초수학에 담긴 사랑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잘 모르겠다.
시작과 끝을 표현하는 것이 점이라면, 그 점이 올바른 선을 만나야 아름다운 사랑이 가능하다는 정도? 점은 혼자서는 단절이며 고립이지만 선을 만나야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점과 선만으로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더 놀랍다. 그림 덕분에 점과 선의 이미지가 더 강렬하게 전해지는 것 같다. 빨갛고 동그란 점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