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사계절 : 한겨울의 제물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Four Seasons Murder 1
몬스 칼렌토프트 지음, 강명순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든다는 건 세상을 좀더 알게 됐다는 의미.

예전에는 소설을 읽으면 그냥 소설로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현실보다 더 적나라한 소설 때문에 읽고나도 여운이 남는 것 같다. 세상을 잘 모를 때는 무섭고 소름끼치는 세상이 공포 체험이나 롤로코스터 같은 모험으로 상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어두운 면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범죄소설은 짜릿한 스릴보다는 가슴이 아파온다. 왠지 앞으로는 선뜻 읽지 못할 것 같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을 능가하는 북유럽 최고 스릴러라는 이 책. <밀레니엄>을 읽었던 독자라면 주저없이 이 책을 읽게 될 만한 최고의 홍보란 생각이 든다.

스웨덴의 소도시 린셰핑은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곳이란다. <살인의 사계절>이라는 제목처럼 각 계절마다 끔찍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책이 <살인의 사계절> 중 <한겨울의 제물>이다.

첫 장을 읽는 순간이 매우 인상적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끊임없이 죽은 자가 속삭인다.

혹한의 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어느 날, 거구의 남자가 온몸이 난자 당하여 벗겨진 채로 나무에 목매달린 상태로 발견된다. 수사를 맡은 여형사 말린 포르스는 열네 살 딸을 둔 싱글맘이다. 말린은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외롭게 나무에 매달려 있는 남자의 정체는 벵트 안데르손이다. 살아 생전에도 외로웠던 남자다. 사랑받지 못한 존재, 결국 죽음은 벵트 안데르손이 겪은 비극 중 가장 덜 비극적인 일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너무도 충격적인 죽음이었기에 세상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세상이 죽고나니 한 번쯤 쳐다봐준다는 건가. 슬픈 일이다. 그래도 스웨덴은 북유럽 복지의 모델이라 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나라다. 벵트 안데르손도 그 덕분에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는 형식적인 도움을 주었지만, 마리아 무르발은 진심으로 벵트를 위해 신경써준 유일한 사람이다. 불행하게도 그토록 착한 그녀는 잔인한 성폭행 범죄의 피해자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벵트 안데르손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추적조사하는 과정에서 비극적인 가족사가 드러난다. 아무리 선진국이라고 해도 가난과 폭력은 존재한다. 한 가정의 비극은 잔인하고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다소 철학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살인 사건을 풀어간다기 보다는 주변 인물들의 삶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떠올리게 만든다. 어느새 벵트 안데르손의 죽음은 뒷전이 되고, 그와 연관된 사람들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

추운 겨울 날씨와 고독한 시체가 절묘하게 인간의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사랑과 죽음은 이웃이다. 사랑과 죽음은 똑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죽고 싶으면 숨을 멈춰서는 안 되고, 살고 싶으면 숨을 쉬어서는 안 된다.

죽음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사랑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11p)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랑과 죽음에 대해, 이 소설은 말해주고 있다. 기나긴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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