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자처럼 질문하라 - 합리적인 답을 이끌어내는 통섭의 인문학
크리스토퍼 디카를로 지음, 김정희 옮김 / 지식너머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철학 교과서를 만났다.
철학자처럼 질문하려면 어떤 철학적 지식이 필요할까?
책의 차례를 보면서 '아차!' 싶었다. 합리적인 답을 이끌어내는 비판적 사고를 위한 논리도구 이해하기, 논증, 편향성, 도식화, 논리적 오류들, 소크라테스의 방법론과 고대 회의론자들의 추론 방식, 빅 파이브 질문에 대답하기까지. 단순히 철학자처럼 질문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다면 저자가 말하는 '골칫거리 논쟁자'가 아니라 '골칫거리를 앓는 사람'이 될 것 같다.
논리적 사고에 관한 책이라면 학창 시절에 읽었던 <논리야 놀자>이후로 오랜만인 듯 싶다. 철학 관련책이라면 모를까, 논리를 말하는 책이라니 정말 머리 복잡해지는 내용이다. 물론 첫 장을 볼 때까지만 해도 나름의 기대는 있었다.
이 책의 목적은 확실하다. 올바른 질문을 통해 합리적인 답을 이끌어낼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키워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우리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다섯 가지 질문을 던진다.
하나.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둘. 나는 왜 여기 있는가?
셋. 나는 누구(어떤 존재)인가?
넷.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다섯.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위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적을 수 있다면 굳이 이 책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저자는 오히려 이 책을 읽고나면 대답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절대적인 대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나'라는 존재는 오직 '나' 하나뿐이니까. '나'에 대해서는 '나'라는 사람이 가장 잘 알거라는 상식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질문은 절대적인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철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도 철학적 사고는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온갖 논쟁 속으로 빠뜨리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의 일상에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가능하려면 모든 사람이 이 책에서 말하는 논리도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철학자처럼 질문하고 대답하는 사람보다는 억지논리를 펴거나 논리적 오류로 우기는 사람이 더 많다. 종종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논리도구는 무엇에 쓸 것인가? 결국 처음에 언급한 다섯 가지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철학이란 타인과의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나'와 '삶'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함이다. 저자는 우리가 왜 괜찮은 골칫거리 논쟁자가 되어야 하느냐고 묻지만 오히려 저자에게 되묻고 싶다. 골칫거리 논쟁자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강력한 추론과 논증의 힘을 갖춘 사람에 대한 평가가 항상 긍정적일까? 억지논리로 진실을 왜곡하거나 편향된 관점으로 부당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사람보다는 훨씬 신뢰할 만 하지만, 그 신뢰가 항상 긍정적 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철학에 관심이 많거나 철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에게는 매우 유익한 책일 것 같다. 다만 현실에서 활용할 만한 논리적 힘을 원한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내용을 아는 것이지, 실제로 그 지식을 습득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으로 소크라테스의 방법론과 고대 회의론자들의 추론 방식으로 통찰력을 키운다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너무나 먼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