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미안 1 - 운명을 훔친 여자 아르미안 1
이유진 엮음, 신일숙 원작 / 2B(투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추억에 빠져들게 만드는 책이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신일숙 만화가의 대표작이다.

어린 시절에 만화가게에서 빌려보던 순정만화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만화로 봤던 작품을 소설로 만나보니 그 느낌이 참 좋다. 글자 하나하나가 저절로 그림이 되어 눈 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다. 특히나 이 작품은 소녀적인 환상을 자극하기 때문에 읽는 내내 소녀 감성이 되어 몰입하게 된다.

아르미안이라는 나라는 여왕이 다스리며, 그 여왕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인 힘을 지닌다. 아르미안의 제37대 여왕(레 마누), 기르샤 옴머세트에게는 아름다운 네 명의 딸이 있다. 스스로 여왕의 길로 나선 첫째 마누아, 여신같은 아름다움을 타고난 둘째 스와르다, 의술에 뛰어나고 명석한 셋째 아스파샤, 말괄량이 넷째 샤리.

기르샤의 죽음으로 아르미안은 새로운 여왕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누가 제38대 여왕이 될 것인가? 어린 시절부터 여왕이 되기 위해 수련을 받아온 첫째 마누아는 자신이 어머니의 뒤를 이어 여왕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철부지 막내 샤리가 전설 속 불새를 타고 온 황금빛 존재와 같은 황금빛 머리카락과 초능력을 지녔음을 알게 된다. 마누아는 여왕이 되기 위해 운명을 훔치려 한다.

이야기 자체가 환상적이다. 그 덕분에 아르미안을 보는 동안에는 현실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꿈꾸는 것만 같다. 참 묘한 것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누가 한 명을 콕 집어 좋아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반대로 여왕이 되기 위해 동생을 무참히 내쫓는 마누아를 미워할 수가 없다. 만약 샤리가 없었다면 마누아는 충분히 여왕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춘 인물이다. 조국을 위해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까지 포기할 정도로 아르미안을 사랑하니까. 결국은 네 딸 모두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내쫓는 큰언니를 향해 그 순간에도 언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샤리를 보면서 왠지 뭉클해진다. 겨우 열 살의 소녀가 엄청난 시련을 꿋꿋하게 견뎌낸다는 것이 놀랍다. 그것이 환상세계라 할지라도 감동은 똑같은 것 같다.

그리고 순정만화에서 빠질 수 없는 매력적인 남자 리할과 미카엘은 상상만으로도 흐믓하다. 사랑과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이미 만화로 다 본 내용인데도 책으로 읽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흥미진진하고 즐거웠던 것 같다. 왠지 다시 만화로도 보고 싶다. 순정만화가 보고 싶다는 사실이 새삼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건 무뎌진 감성을 자극했다는 점이다. 콩닥콩닥 설렌다. 너무나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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