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룬과 이야기 바다 문학동네 청소년 14
살만 루시디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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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라는 작가를 아시나요? 저는 처음에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988년 출간된 <악마의 시>라는 작품으로 이슬람세계에서는 공공의 적이 된 작가라는 내용을 읽으면서 기억이 났습니다. 세계적인 작가로서 끔찍한 암살의 위협을 겪은 일들이 너무나 영화 같아서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 일로는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살만 루슈디라는 이름도 그의 작품도 이후에 접할 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룬과 이야기 바다>는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시리즈로 출간되었습니다. 청소년문학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제목만 봐도 뭔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책 소개를 보니 제 마음을 잡아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루슈디가 암살 위협 때문에 은둔하던 시기에 이 책이 발표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당시에 루슈디의 아들 자파르는 11살이었고 이 책은 아들을 위한 이야기였다는 사실입니다. <악마의 시>라는 소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동시에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이란 대통령은 그에게 파트와’(죽음의 선고)를 내렸고, 이후의 삶은 은둔과 망명으로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기였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아들을 위한 동화를 썼다는 점이 무척 놀랍습니다.

<하룬과 이야기 바다>는 환상의 마법 세계가 등장합니다. 주인공 라시드와 하룬은 마치 루슈디 자신과 아들을 보는 듯 합니다. 라시드 칼리파는 굉장한 이야기꾼으로 그를 시샘하는 이들에게는 허풍 대왕이라고 불리웠습니다. 반면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끝없이 유쾌하고 엉뚱하며 복잡한 이야기로 가득찬 그를 공상의 바다라고 불렀습니다. 슬픈 도시에서 행복하기만 하던 라시드 가족에게 어느날 불행이 찾아옵니다. 이 층에 살고 있던 생굽타씨가 하룬의 엄마 소라야와 함께 도망을 간 것입니다. 정각 오전 11시에 사라진 소라야 때문에 하룬은 한 번에 11분 이상은 정신을 집중하지 못했고 이야꾼 라시드는 말문이 막혀버립니다. 그런데 라시드에게는 피할 수 없는 공연이 예약되어 있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큰 화를 당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하룬은 물의 정령을 만나 이야기 바다로 가게 됩니다.

세상에 환상적인 동화는 많습니다. 하지만 <하룬과 이야기 바다>는 매우 특별한 것 같습니다. 작가 살만 루슈디는 외부의 위협으로 침묵해야 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아들을 위한 동화를 통해 지혜와 용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사실도 아닌 이야기가 무슨 쓸모가 있냐고요?”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던 하룬처럼 11살 소년에게 아버지의 은둔생활은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살만 루슈디는 작가가 아닌 아버지로서 더욱 힘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룬과 이야기 바다>를 통해서 아버지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준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이야기 바다는 놀랍고 흥미로운 모험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도 슬픈 도시의 사람들처럼 비극만이 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상력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생굽타나 비열한 정치인 하지마안, 그리고 베차반의 교주 카탐슈드처럼. 그들은 견딜 수 없는 어둠과 침묵으로 우리의 희망과 행복을 앗아가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건 이야기 물이 끊어져 말문이 닫힌 라시드가 되는 게 아닐까요. 하룬은 용감하게 카탐슈드를 물리칩니다.수다 왕국에서 만난 시끌이와 와글이, 조잘이는 하룬을 도와 이야기 바다의 오염을 막게 됩니다. 잠잠 왕국과 수다 왕국 간에 벌어진 전쟁은 끝이 나고 이야기 바다의 평화가 찾아 옵니다. 그토록 바라던 해피엔딩!!! 동화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멋진 환상의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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