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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마르탱 파주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요즘은 '바보'의 정의가 크게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 둘로 나뉘는 것 같다. 좋은 의미의 '바보'는 제 욕심 차릴 줄 모르고 나누며 사는 사람 혹은 누군가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로 'ㅇㅇ바보'가 있다. 나쁜 의미의 '바보'는 생각할 줄 모르는 멍청한 사람을 뜻한다. 이 책에서 '바보'는 나쁜 의미의 바보다.
스물 다섯의 젊은이, 앙투안은 어떻게 바보가 되었을까?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면서 친구들과 토론하거나 생각하는 것이 취미인 앙투안은 큰 고민이 있다. 온갖 생각 때문에 사는 것이 괴롭다. 알코올중독자가 되려고 결심하지만 알코올 알러지때문에 포기하고, 자살을 하려고 자살 강의를 듣지만 오히려 죽는 것이 더 힘들다는 걸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바보가 되기로 결심한다. 친구들 앞에서 '바보 선언문'을 읽으며 자신의 뜻을 밝힌다. "왜?" 친구들의 반응이다. 굳이 바보가 되려는 앙투안을 이해하기 힘들다.
앙투안은 어떻게 바보가 되었을까? 책 제목처럼 이야기는 앙투안이 바보가 된 사연을 들려준다. 그가 그토록 시시하게 생각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그도 결국은 긴 모험을 마치고 원점으로 돌아온다. 앙투안을 바라보면서 과연 바보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젊고 똑똑한 젊은이의 고민치고는 너무 배부른 고민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몸이 약한 앙투안에게는 운동보다는 사색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였나보다. 앙투안의 고민은 지식인에게 찾아오는 가벼운 우울증이 아닐까. 물론 앙투안 자신에게는 심각한 문제였겠지만. 그에게는 청춘의 특징인 꿈이나 열정이 안 보인다. 그의 말처럼 일흔, 여든의 늙은이 같다. 가난한 독신남으로 사는 것이 뭐그리 힘들다고. 그는 자신의 젊음을 책임질 의지가 없어보인다. 적극적으로 세상을 향해 나서지는 못할 망정 바보로 살겠다니! 그에게 지식은 정신적 고통의 원인이다. 도대체 왜 많은 지식이 그를 괴롭히는 것일까.
결국 앙투안은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대신 지식을 버리기로 마음 먹는다. 바로 '바보'가 되는 것이다. 의학적인 방법으로 뇌를 일부 제거하려고도 했으나 멀쩡한 뇌를 어떤 의사가 수술하겠는가. 하는 수 없이 약간의 약물 복용으로 머리를 멍하게 만들어 생각하기를 멈춘다. 그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은 통장을 확인한 후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구하게 된다. 성공한 동창 라피를 통해 공인 증권중개인이 된 앙투안은 엄청난 돈을 벌게 되고 물질적인 욕망에 순응하게 된다.
"......그 순간, 앙투안은 가장 쉽게 부패하는 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임을 한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빨간 알약 덕분에, 그는 아무런 꿈도 없이 화석화될 돈으로 인해 자신을 사고팔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151p)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앙투안의 수호천사라는 유령을 만난다. 유령이 방문하고 나서 일주일 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가면을 쓴 네 명에게 납치당한다. 앙투안은 어떻게 되었을까.
마치 세상의 바보들에게 그리고 바보가 된 자신에게 바보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듯하다. 한 젊은이의 고민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더니 점점 먼 남의 얘기가 아닌 가까운 얘기로 들리는 이유는 뭘까. 이제 나의 고민을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