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도 - 이해인 시집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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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이 아프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투병 중에도 시를 쓰셨던 모양이다. 몸이 아프면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프기 때문에 소홀했던 몸과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평상시 시집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시'라기보다는 '기도'처럼 느껴져서 곁에 두고 읽게 된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없어도 소박하고 담담한 일상의 언어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사람의 언어는 그 사람의 삶을 담아낸 그릇 같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삶을 대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읽노라면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밥상을 마주한 것 같다.

최근에 몸이 아팠다. 괜히 어린아이가 투정을 부리듯 만사가 귀찮고 화가 났다. 누가 일부러 나를 아프게 한 것도 아닌데 아프다는 통증 자체와 싸우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몸은 나아졌지만 뭔가 마음이 어수선하고 편치 않았다. 가끔 내 삶의 주인이 나 자신이 아닐 때가 있다. 불평, 불만이 많아지고 울적해질 때가 그렇다. 무엇이 그리 마음에 안 드는 건지, 돌아보면 삐딱한 마음이 더 문제다. 심각한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도 아닌데 마음 하나 제대로 붙잡지 못해 힘들었던 것이다. 세상살이에 모든 것이 다 내 뜻대로 될 수 없음을 알 나이에 수선을 떨었구나 싶다. 별 일도 아니었다. 가끔씩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작은 기도>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흔히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지는 법인데 수녀님은 더 단단하게 마음을 잡고 지내시는 것 같다. 아프고, 속상하고, 서운한 것만 생각하면 사는 게 재미없지만 기쁘고, 즐겁고, 감사한 것을 생각하면 사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는 작은 속삭임이다. 힘들고 지친 이들을 늘 아름답고 따뜻한 언어의 집으로 초대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은 기도를 읊는다. 부디 내 마음도 하루하루를 그 분처럼 올곧게, 맑게 살아야지.

쏟아지는 폭우가 그치면 언제 그랬나 싶게 파란 하늘이 보인다. <작은 기도>는 우중충했던 내 마음의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 눈부신 햇살을 만난 느낌이다. 이 느낌 그대로 오늘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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