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오는 길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가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4
남궁문 지음 / 하우넥스트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가을이다. 문득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궁금했다.

이 책은 여행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설명보다는 감상 위주의 글과 사진으로 되어 있다.

읽다보니 저자는 산티아고를 벌써 네번째 걸었고 그 흔적을 모아 이 책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여행기와 달리 번거로운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사람 중에 나처럼 산티아고를 잘 모르는 경우는 읽는 내내 궁금한 것들이 생길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란 무엇인가?  스페인에 위치해 있고 예수의 제자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도시를 향해 걸어가는 800킬로미터의 영적인 길,  그 길의 이름이 카미노 데 산티아고란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였던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 산티아고이며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로 가는 길을 뜻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랫동안 걸었던 길이 '카미노데프란세스(프랑스 사람들의 길)'라는 코스인데 프랑스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진다. 모든 갈림길마다 노란 화살표와 조개껍질로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마을마다 '알베르게'라 불리는 순례자 전용 숙소가 있어서 잠자리와 취사를 해결할 수 있어서 저렴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책을 읽은 뒤에 찾아본 내용이다.

산티아고에 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 것보다는 대강의 내용을 알고 보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산티아고를 향해 걸어간다. 요즘은 일정 구간의 길을 걸은 사람에게는 인증서를 주는 모양이다. 좀 상업적인 느낌이 다분한데 오히려 인증서를 받으려고 걷는 젊은이들도 있는 것 같다. 그 길을 걸었다는 것은 자신이 알고 길이 아는데 뭣하러 다른 사람의 확인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유명해진 길이라 그런가보다. 그런데 저자는 거꾸로 가는 길을 선택한다. 산티아고에서 출발하여 프랑스로 오는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남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니 사람들을 마주치는 경우가 많고 어쩔 수 없이 인사를 계속하게 된다.

부엔 까미노(Buen Camino) !!!

스페인어로 당신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기를, 좋은 여행이 되길! 이라는 인사말이다.

그의 여행은 스쳐가는 인연들과 인사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처럼 느껴진다. 어떤 이들은 반갑게 인사하고, 어떤 이들은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지나친다. 한 두번의 여행도 아닌데 그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구는 저자를 보면서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감정이입을 해보니 십분 이해가 간다. 아무리 모르는 남이지만 산티아고 길을 걷는다면 일종의 동질감을 느낄만도 한데 대놓고 무시하거나 인종차별이라고 느낄만큼 외면한다면 속이 상할 것 같다. 정말 '내 인사 돌려줘!'라고 말할만큼 화가 날 것도 같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인사를 무시하는 여행자라면 도대체 왜 산티아고 길을 걷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아무래도 유명세를 타면서 무슨 관광코스처럼 변질된 탓은 아닌지...... 우리나라에도 몇년 전부터 산티아고 길이 소개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것 같다. 저자가 그 길을 걸으면서 작정하고 한국인들을 만나면 메일주소를 받은 것이 200개라고 하니 정말 많기도 하다. 외국인들이 신기한 듯이 한국인들은 이 길을 왜 이렇게 많이 걷느냐고 묻을 때, 저자는 그냥 웃고 말았단다. 아마 맘 속으로는 '너희랑 같은 이유지.'라고 하지 않았을까.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져서 그만큼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일도 많아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떠나 먼 타지에서 한국인을 만난다는 건 무척이나 반갑고 즐거운 일인 듯하다.(아직까지 관광이 아닌 배낭여행은 해본 적이 없어서 그 심정을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반면 한국인이라고 반갑게 인사해도 냉랭하게 외면하는 한국인들은 너무 심한 것 같다. 바로 그 때 깨닫는 것이 국적이나 나이,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성품 탓이라고.

여행의 목적은 낯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 만들기가 아닐까. 아니면 이별 연습?  여행은 내가 소유한 것, 익숙한 것, 친밀한 것들과의 이별을 뜻한다. 가진 것을 버려야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 여행자는 계속 새로운 길을 향해 걸어야 하기 때문에 만나는 이들이 아무리 좋아도 혹은 싫어도 헤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것 같다. 잠시 스쳐가는 순간에도 따스한 정을 느낄 수도 있고,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 여행이다. 살다보면 힘들 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은 반갑게 미소짓는 사람들, 따스하게 안아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섬세한 감성을 지닌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가을의 산티아고를 걸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산티아고 길을 걸을 기회가 생긴다면 저자의 조언대로 아라곤 코스를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부엔 까미노!"하고 웃으며 인사해야지. 무시하는 사람이 있어도 상처받지 말아야지. 대신 소리내어 크게 웃어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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