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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 - 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편지
테레닌 아키코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매일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말이다. 그런데 만약 더 이상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다면 그건 상상하기 힘든 고통일 것 같다.
이 책은 엄마 아키코가 사랑하는 딸 유리치카에게 쓴 글이다. 2006년 2월 6일에 태어난 유리치카는 우리 나이로 여섯 살이 되었다. 내게도 여섯 살의 딸이 있다. 유치원에 다녀오면 친구들 얘기며, 배운 노래와 율동을 보여주느라 재잘재잘 종달새 같다. 고집이 생겨서 말 안들을 때도 있지만 엄마를 위해 어깨도 주물러주고 심부름도 척척하는 애교쟁이다. 매일 꼬옥 안아주고 "사랑해"라고 말해주면 환하게 웃어주는 딸아이를 보면 정말 행복하다. 그런데 아키코는 유리치카 곁에 있을 수 없다.
아키코는 러시아 청년 레오니드와 2002년에 결혼하여 2005년 가을, 임신 중에 척수암 진단을 받게 된다. 태아를 살리기 위해 치료를 미루다가 출산 후에 항암치료를 받는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예측할 수 없기에 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된다. 처음에는 유리치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되는지, 사춘기가 되어 몸의 변화를 겪게 되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등과 같이 엄마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로 책을 만들려고 출판사를 찾는다. 그러나 투병 중인 모습마저도 딸에게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기에 힘들지만 투병 일기를 추가하게 된다. 그녀는 진심으로 살기 위해 암과 필사적인 싸움을 한다. 유리치카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글을 읽다보면 자꾸 눈물을 훔치게 된다. 무뚝뚝한 아빠를 대신해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 책이 2007년 출간된다. 제발,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읽었는데...... 그녀는 2008년 서른여섯의 생을 마지막으로 유리치카와 레오니드의 곁을 떠난다. 멀리 돌아올 수 없는 먼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다. 이 책은 그녀가 임신하고 출산한 후 투병하며 책을 펴내게 된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랑하는 딸과 남편을 생각하며 꿋꿋하게 버틴 그녀지만 암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자신의 상황을 글로 기록했을 그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녀는 자신의 책을 읽은 사람들이 딸 유리치카에게 편지를 써주기를 부탁한다. 딸아이가 커가면서 조금씩 엄마의 부재를 깨닫게 될 그 날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부디 유리치카가 씩씩하고 밝게 자라길 바란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딸을 안아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사랑하고 싶어도, 곁에 있어주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건 너무 슬프다.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살아있는 동안 아낌없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