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하프 위크 에디션 D(desire) 3
엘리자베스 맥닐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인하프위크>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미키 루크와 킴 베이싱어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다. 줄거리는 생각 안 나는데 엄청 야한 영화로 기억된다. 영화라는 매체는 시각적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원래 의도와는 달리 보이는 것에 더 치중하게 된다. 그래서 원작이 있는 영화인 경우에는 원작을 읽어봐야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인하프위크>는 제목 그대로 9주일 반이라는 시간 동안에 벌어지는 남자와 여자의 성적인 이야기다. 결코 사랑 이야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육체적인 사랑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로지 성적 욕망에 충실한 모습을 사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주인공 ‘나’는 낮 동안에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그 남자와 자극적인 성행위를 즐긴다. 처음에는 두 손을 묶는 정도였지만 점점 그 수위가 높아진다. 이 남자는 놀라울 정도로 여자의 심리를 꿰뚫는다. 처음에는 다정하면서도 세심하게 여자를 배려한다. 함께 있는 동안에는 여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남자의 시중을 받으며 여왕처럼 지낸다. 식사를 준비하고 음식을 먹여주고 목욕을 시켜주고 옷까지 입혀주는 일, 하물며 그녀가 원하면 책까지 읽어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자가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성적인 부분까지 완벽하게 만족시켜주는 이 남자에게 완전히 빠져든다. 그녀의 낮과 밤은 극과 극의 모습이며, 점점 그 남자와 함께 있는 밤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서서히 남자는 본색을 드러낸다. 마치 여자를 자신의 꼭두각시가 되도록 길들이는 것 같다. 남자는 한 번도 여자에게 강요한 적이 없다. 여자 스스로 남자에게 굴복한 것이다.

개구리를 팔팔 끓는 냄비에 넣으면 놀라 달아날 것이다. 하지만 찬물에 넣고 아주 서서히 물을 끓이면?

가학적이고 변태 성향을 지닌 이 남자가 여자에게 보인 친절과 정성은 쾌락을 위한 약간의 수고로움 정도다. 너무나 섬뜩한 점은 남자의 태도가 실험실에서 개구리를 해부하듯이 세심하고 능숙하며 매우 차분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녀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자신을 남자의 손에 맡긴 것이다. 남자는 여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줬다. 자유를 포기한 것은 여자다. 만약 마지막까지 그들이 모험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 <원초적 본능>처럼 끔찍한 장면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나인하프위크>는 단순한 성적 호기심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내재된 성적 욕망과 쾌락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 번 경험하면 헤어나기 힘든 중독처럼 그 여자는 결국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겨우 9주일 반이라는 시간이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 것이다.

이 소설은 1978년 작품인데 전혀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이란 태초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코드가 아닐까. 진정 자유로운 인간은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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