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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 잃어버렸어! - 매일매일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
김미애 지음, 김은경 그림 / 초록우체통 / 2011년 4월
평점 :
아이가 처음 초등학교를 입학했을 때만 해도 '벌써 이만큼 컸구나.'라는 대견함이 컸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오히려 유치원 때보다도 챙겨야 하고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져서 힘들어졌다. 부모 마음에는 '이제 초등학생도 되었으니 스스로 잘 챙기겠지.'라고 기대했는데 전혀 기대에 못 미치니 날이 갈수록 느는 것 잔소리뿐이다.
<나, 또 잃어버렸어!>라는 책을 보는 순간, 우리 아이를 떠올렸다. 초등학생 아이라면 한 번쯤 엄마에게 해봤을 말일 것 같다. 매일 아침마다 실내화 챙기란 얘길 안 해주면 깜빡하고 등교했다가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오고, 알림장을 학교에 놓고 왔다고 다시 학교로 간다. 필통에 새 연필이랑 지우개를 챙겨줘도 며칠 지나면 어디로 갔는지, 도리어 내게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책 속의 주인공 준이는 자꾸 물건을 잃어버려서 늘 엄마에게 혼난다. 준이라고 잃어버리고 싶어서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속상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꿀꺽이를 만나게 된다. 꿀꺽이는 준이가 뭔가를 잃어버릴 때마다 나타나서 꿀꺽꿀꺽 준이의 물건을 삼켜버린다. 더벅머리 꼬맹이, 꿀꺽이는 장난꾸러기 도깨비같다. 준이가 아무리 소리쳐도 꿈쩍하지 않고 준이가 잃어버린 물건은 전부 자기 거라면서 다 먹어버린다. 결국 준이는 꼬맹이가 다 먹어 치우기 전에 먼저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방 정리를 하면서 잃어버린 물건도 찾고 깨끗해진 방을 본 엄마께 칭찬도 받으니 준이의 기분은 최고다. 정리를 잘하면 칭찬을 받는다는 사실에 신이 나서 준비물도 척척 챙긴다. 학교에 가서도 어려운 덧셈도 술술, 책 읽기도 술술 잘된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챙기는데 줄공책이 없다. 바로 그때 책상 밑에서 꼬맹이가 나타난다. 꼬맹이가 먹어치울까봐 놀란 준이는 허겁지겁 챙기기 시작한다. 도대체 줄공책은 어디 있지? 책상 서랍도 엉망이고, 사물함 안도 뒤죽박죽이다. 준이는 꼬맹이가 먹기 전에 얼른 정리한다. 깨끗하게 정리하니 줄공책 찾기도 쉽다. 준이만 줄줄 따라오는 꼬맹이에게 준이는 큰소리친다. 앞으로는 차곡차곡 정리할 거니까 잃어버릴 게 없어서 쫄쫄 굶게 될거라고 말이다. 정말 줄줄이 준이가 변했다. 알림장을 잘 챙기니까 준비물도 잘 챙기고 숙제도 꼬박꼬박 해 가서 선생님과 엄마의 칭찬을 받는다. 준이는 점점 신이 나고 꼬맹이는 쫄쫄 굶어서 기운이 하나 없다. 아무래도 다른 깜빡쟁이를 찾으러 갈 것 같다.
이 책을 아이에게 건넸더니 다 읽고 나서 하는 얘기가, "엄마, 난 정리도 잘하고 잃어버리지 않죠?"라며 자신있게 말한다. 웃음이 난다. 깜빡쟁이, 줄줄이 준이보다는 자기가 훨씬 잘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이 한 마디에 안심이 된다. "엄마, 꿀꺽이 안 만나려면 정리 잘 해야돼요."
엄마의 잔소리보다는 역시 꿀꺽이가 더 센 것 같다. 책 맨 뒤에는 한 달 동안 실천할 수 있는 정리, 정돈 표가 그려져 있다. 날짜별로 정리를 잘하면 동그라미 표시를 하면 된다. 그리고 아이가 챙겨야 할 물건 목록이 스티커로 되어 있다. 아직은 깜빡쟁이 우리 아이도 언젠가는 꼼꼼이가 될 날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