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풍경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실의 풍경>은 조정래 작가님의 70년대 중, 단편 모음집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지만 작품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새롭게 단장되어 출간된 책을 놓고 작가는 말한다. “슬픈 역사의 비는 얼마나 오래 내려야 하나?”

아직도 분단된 나라, 슬픈 역사의 비는 여전히 이 땅을 적시고 있다.

70, 80년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전 국민의 관심이 있었다. 분명 그 때는 언젠가는 통일이 되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통일이 국민적 염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 미지수다. 경제성장과 함께 전쟁의 아픔을 겪은 세대는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교체가 되면서 민족의 뼈아픈 분단이 이제는 완전한 단절로 고착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어쩌면 2011년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시대적 아픔은 지나간 과거의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실의 풍경>은 70년대 작품이라서  전쟁을 겪은 세대의 가슴 아픈 삶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거창하게 시대와 역사를 논하지 않아도 개인의 비극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 각 작품마다 주인공은 다르지만 그들이 겪는 불행은 결국 그 시대의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어쩌면 그들은 하나같이 힘없고 가난하고 억울한 것인지 보는 사람까지 슬프게 만든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과 <청산댁>은 가장 극한 결말이라 괜스레 마음이 먹먹해져온다.

빨갱이로 대표되는 극단적인 사상 문제는 우리 현대사를 얼룩지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공산주의자는 무조건 적으로 몰아붙이고 한순간에 죄인으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세상을 살아보지 않은 세대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잔재는 남아있다. <어떤 전설>의 한 구절처럼, “이거 말이오, 유전병치고도 아주 고약한 유전병이오.”(202p)인 것이다. <타이거 메이저>의 강철이 거둔 통쾌한 승리가 링 안에서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가능할 수 있기를 바라듯이 간절함이 희망이다.

시대적 비극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상실의 풍경>은 우리에게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는 듯하다. 우리는 무엇을 잃고 살아가는가? 잃어버린 아픔을 모르고서야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앞으로 20년 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그 때는 <되찾은 풍경>이기를 희망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