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20세기 일본의 대표적 작가라는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은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다. 이 책에는 <인간 실격> 이외에도 5편의 소설이 더 실려 있지만 역시 <인간 실격>이 가장 인상적이다. 작가가 죽음 직전에 집필한 작품이라는 설명이 없더라도 왠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시작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 장의 사진은 독자를 단번에 잡아끈다. 뭐랄까, 실제 그런 사진이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을 주어 더욱 섬뜩하다.

주인공 요조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소년이다. 부유하고 유복한 집안의 천진한 장난꾸러기로 보였을 그는, 실제로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늘 자신과 남을 속인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어느 정도 주변을 의식하며 행동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혼자만의 두려움이나 고민을 차마 털어 놓지 못하고 그저 꼭꼭 감추며 산다는 건 작가의 표현처럼 광대 짓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나 같은 경우는 본심을 말할 수 없으니 그냥 말 없는 아이가 되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늘 말이 없던 것은 아니고 기분 내키면 엄청난 수다쟁이로 변신하기도 했다. 요조를 보면서 느낀 묘한 공통점은 어린 시절의 나의 고민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이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해야 되나? 뭔가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행복하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부모님이 보여주는 관심과 애정이 표면적인 데 머물렀던 것이 주된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부모님의 사랑이 부족했다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사랑의 방식이 아니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다행히 어른이 되고난 후에야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조는 스스로를 괴물 혹은 쓸모없는 두꺼비로 생각한다. 급기야 마지막에는 미친 사람, 폐인, 인간실격이라고 자신에게 낙인을 찍는다. 한때 그는 밝고 쾌활하며 공부 잘하는 아이였다. 물론 그 때도 그는 자신의 모습을 진짜라고 여기지 않았다. 늘 자신을 가짜라고 여겼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던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우수에 찬 분위기 때문에 그에게 홀딱 반한 여자들은 그가 지닌 치명적인 결함을 보지 못한다. 무기력하고 불안한 그의 심리마저 모성애로 감싸려고 했으니 그의 삶은 더 나락으로 빠진 것이다. 안타까운 인생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세 장의 사진으로 남은 요조의 삶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주변에 단 한 사람이라도 그의 마음을 열고 신뢰해주었다면 그의 마지막 사진은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그를 사랑했던 여인들조차 진심으로 사랑할 줄 몰랐다. 아름다운 외모에 반한 것이지 요조라는 인간을 사랑한 것은 아니다. 진실한 사랑은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다. 가장 먼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를 진실로 사랑할 수 없다. 살면서 한 번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던 불행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씁쓸한 인생의 교훈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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