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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 정약용
강영수 지음 / 문이당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조선 왕조 500년의 역사 중에서 끔찍한 사건을 꼽으라면 여러가지 사건이 있겠지만 그 중 사도세자의 죽음은 매우 충격적이다. 왕위계승 문제로 인한 피비린내나는 싸움은 많았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죽였다는 건 당최 이해가 되질 않는다. 영조의 뒤를 이은 정조는 영조의 손자이며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다행히 영조는 손자를 어여삐 여겨 정조는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 왕위가 무엇이길래 혈육 간의 비극이 벌어지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역사적으로도 정조의 죽음에는 의문점이 많다. 독살된 것이 아니냐라는 추측이다.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노론벽파의 입장에서는 정조의 존재 자체가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조는 끊임없이 암살 위험에 노출된 불안한 상황이었고 믿을만한 측근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약용은 바로 정조가 아끼고 신뢰했던 신하였다.
이 소설은 정약용이 정조의 명을 받아 반역과 관련된 의문의 사건들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그래서 역사라는 딱딱한 내용보다는 추리 소설과 같은 흥미진진한 부분이 더 많다. 드라마 '싸인'에서 나오는 법의학자처럼 정약용과 궁중의녀 서과는 죽은 이들을 조사하고 부검하면서 진실을 밝혀낸다. 당시에는 파시(부검)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는 부검을 통해 확실한 물증을 얻는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만 보면 정약용은 의학적으로도 뛰어난 인재였다. 제목처럼 '조선의 명탐정'이란 수식어보다는 '조선의 뛰어난 법의학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다만 과학적인 근거 이외에 누군가의 꿈을 통한 계시나 점쟁이의 점괘와 같은 미신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긴박감은 떨어진다. 꿈 속에서 원혼이 등장한다거나 점쟁이의 점괘가 들어맞는 식의 이야기를 전부 허무맹랑하다고 볼 수만은 없겠지만 그 때문에 정약용의 활약이 다소 반감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조와 정약용이라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다가 점점 각각의 사건들과 숨겨진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어이없는 원한 관계로 인한 살인 사건, 권력을 남용하는 양반들의 치졸함, 문란한 치정 관계 등이 죽은 자들을 통해 서서히 드러난다. 사대부의 죽음이라면 모를까, 일개 아녀자의 죽음을 조사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억울한 죽음으로 묻혔을 사건들이지만 정약용이었기에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드러나지 않은 역사의 이면을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만날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