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 이색박물관 편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시리즈 1
이용재 지음 / 도미노북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박물관에 대한 편견을 깨는 색다른 책이다. 책날개에 적힌 저자의 이력을 보면 그 짧은 글에서도 독특한 개성이 느껴진다. 건축을 전공하여 건축현장에서 일하다가 경제적인 위기를 맞고 2002년부터 택시운전을 하면서 주말에 가족과 건축답사를 다니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란다. 그간 여러 권의 책을 쓰며 전업 작가로 지냈는데 이번 책이 안 되면 다시 택시기사로 복귀할 예정이란다. 열두 번째 책이라는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왠지 대박날 것 같다. 부디 대박나길 바란다. 그래야 다음 책도 나올 테니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방학 동안 필수코스라 할 만한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그런데 박물관 견학을 하면서 아쉬운 점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게 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글로 쓰인 설명만 보면서 둘러보니까 재미가 없다. 학생들을 위한 안내 프로그램이 있긴 해도 예약제라서 불편하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일일이 설명해 줄 정도의 실력은 아니어서 박물관을 갈 때마다 고민스럽다. 박물관을 좀 더 재미있게 견학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당연히 박물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모아 놓은 책일 거라는 짐작을 하면서. 그런데 정말 의외의 부분에서 부모의 마음을 자극한다. 저자의 머리말 중 일부다.

 

“......젊은이들에게 부탁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길을 그냥 계속 가라.

20년 이상 가다 보면 고지가 보이고 기회는 온다.

어차피 한 평생.

부모님들에게 부탁한다. 얘들을 좀 냅둬라.

자녀가 의사가 되길 원한다고?

그럼 부모가 의사시험 공부해서 의사가 되면 되고.

자녀가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고?

그럼 부모가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면 되고.

다 각자의 길이 있다......”

 

아이와 함께 박물관에 가는 대부분의 부모는 어떠한가? 내 경우를 보더라도 아이의 방학 숙제라서 간다. 순수한 문화기행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박물관 견학이 즐거울 리 없다. 중요한 건 박물관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인 것이다. 지루한 박물관 견학을 즐거운 소풍처럼 만드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좀 더 나아가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부모가 쓸데없는 욕심을 덜어내고 순수한 관심과 애정으로 다가가는 것이리라.

책 내용의 기본은 전국에 있는 박물관 중 25곳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 설명이 재미있다. 다음은 경상남도 사천에 <항공우주박물관> 설명 중 일부다.

 

지리산의 빨치산들이 해인사로 숨어든다.

미군사령관 열 받았다.

“야, 해인사 폭격해라.”

공군대령 김영환은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김해공항 이륙.

‘이거 어쩌지.’

폭탄 안 떨어뜨리면 항명죄고, 떨어뜨리면 역사의 죄인.

그냥 복귀.

 

“야, 해인사 폭격했냐?”

“안개가 자욱해 실패. 아리아리한 게 눈에 뵈는 게 없네요.”

“뭐라?”

“공비들이 해인사를 점령한 건 단순한 식량 때문이다. 며칠만 지나면 공비들은 해인사 떠날 거다. 해인사에는 몇 백 명의 공비들과 바꿀 수는 없는 팔만대장경이라는 한민족의 정신적인 지주가 있다. 나는 반만 년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의 공군 장교로서 우리 문화재를 지키지는 못할망정, 해인사에 폭탄을 투하할 수는 없다. 차라리 죽여라.”

 

이를 보고 받은 이승만 대통령 노발대발.

김영환, 내 이놈을 죽여, 살려?

형인 김정렬 공군참모총장이 간신히 말린다.

 

▷ 2010년 정부는 뒤늦게 김영환 장군에게 금관문화훈장 추서하죠. (240p)

 

박물관은 역사를 전시하는 곳이다. 항공우주박물관에 가면 알 수 있는 지식적인 정보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한 사람의 현명한 선택 덕분에 팔만대장경을 보존할 수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 뒤늦게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니 다행스럽다.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이 아닐까?

박물관 견학은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이 책을 통해 박물관이 새롭게 보인다. 앞으로는 방학 숙제라는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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