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가정용 곤충에 관한 은밀한 에세이 1881 함께 읽는 교양 9
조슈아 아바바넬.제프 스위머 지음, 유자화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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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라는 말에 착각하면 안 된다. 이 책은 심리서적이나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가정용 곤충에 관한 은밀한 에세이다. 평소에 쓰던 ‘은밀한’이란 표현이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끔찍한’으로 바뀌고 만다. 오, 세상에나! 우리 집, 바로 내 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상상하기도 싫지만) 벌레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몸이 근질거린다.

절대로 벌레, 곤충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제목이 주는 신선한 반전과 호기심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벌레를 싫다고 해도 우리에게 빌붙어 사는 벌레들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물론 제거했다고 착각하며 안심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 현미경으로 봐야 겨우 찾을 수 있는 벌레들을 무슨 수로 완전히 떼어낼 수 있겠는가.

책 속에 소개된 벌레로는 빈대, 이, 집먼지 진드기, 모낭진드기와 옴진드기, 서양좀벌레와 집게벌레, 파리, 개미, 바퀴벌레, 흰개미, 벼룩과 흡혈진드기, 부엌 해충(밀가루벌레, 창고좀벌레, 권연벌레 등), 빗살수염벌레 등이다.

세상에 왜 이런 벌레들이 존재하는 걸까?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질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벌레 입장에서 보면 우리 인간들이 가소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이 아무리 똑똑한 척 해봐야 벌레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존재가 아닌가? 일단 벌레들의 승리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레와 함께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 무조건 벌레를 피하고 모른 척 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싫은 만큼 잘 알아야 벌레들이 주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벌레들의 놀라운 번식력이야말로 모든 생물들을 압도할만한 생존능력인 것 같다. 벌레들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갈수록 점점 주눅이 든다. 만만하고 하찮게 여기던 벌레에게서 인간보다 더 뛰어난 점을 발견한다는 건 왠지 자존심 상하지만 놀랍고 신기한 건 인정한다.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SF영화에서 보던 외계 생물체 같다. 누가 알겠는가? 은하계에 존재하는 생물체의 모습이 정말 인간이 아닌 벌레의 형상일지 말이다.

이 책은 처음 소개한 대로 곤충에 관한 에세이로 가볍게 보면 좋을 것 같다. 곤충에 관해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다소 빈약한 정보일 수 있겠지만 곤충을 혐오했던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충격적이고 새로운 책인 것은 확실하다. 상상만으로도 온몸을 긁적이게 만드는 벌레 사진이 처음에는 괴로웠는데 계속 보니 조금은 적응이 되는 것 같다. 가정용 곤충은 애완용 동물과는 다르다. 우리 집에 누구의 허락 없이도 자유롭게 거주하고 있고 대부분은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깨닫게 해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세상은 벌레처럼 싫어도 함께 해야 할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는 가끔 혼자라고 느끼며 외로움을 탄다. 그런데 엄밀히 생물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우리 곁에서 끈질기게 붙어사는 벌레들이 있으니까. 어딘가 근질거린다면 더욱 그렇다. 그 동안 외로움에 몸서리쳤던 사람들이 이 책 덕분에 근질거림에 몸서리치지 않을까 싶다. 벌레와의 동거를 인정하면서도 절대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벌레들을 보면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근성만큼은 배우고 싶다. 쓸데없는 감정 따위는 던져버리고 열심히 먹고 놀고 사랑하라! 벌레의 개똥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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