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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를 찾아가는 첫걸음 - 30대에 다시 시작하는 위안과 희망의 일기쓰기 안내서!
스테파니 도우릭 지음, 조미현 옮김 / 간장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새해부터 시작한 것이 바로 일기쓰기다. 매일 꼬박꼬박은 아니어도 학창시절부터 일기의 끈을 놓치는 않고 살았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횟수가 줄더니 아이가 생기면서는 아예 육아일기로 바뀌고 그 뒤에는 일상의 메모로 변질되고 말았다. 어느 순간 나만의 일기가 없어진 것이다. 일기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다고 해도 일기를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나만의 규칙이 있게 마련이다. 원래 일기의 주인공인 ‘나’를 쏙 뺀 내용은 진정한 일기의 맛을 잃었다고 본다. 그래서 새해에는 새롭게 일기장도 장만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 나를 찾아가는 첫걸음>은 일기를 왜 써야하는지,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안내서다. 읽으면서 내심 감탄한 점은 ‘일기’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책을 써낸 작가의 내공이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글도 아니고 은밀한 자기만의 글인 ‘일기’가 우리 삶에 참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 새삼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의의는 일기가 우리 삶에 있어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알려준다.
왜 사람들은 일기를 쓰지 않을까? 그토록 삶에 유익한 일기라면 너도나도 써야 할 텐데 말이다. 그건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던 어린 시절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숙제로써 일기를 쓰고 선생님과 부모님의 검사를 받으면서 왠지 일기에 대한 거부감이 싹 튼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어느 정도 시기를 지나면 일기검사는 없어지지만 왠지 누군가 자신의 일기를 훔쳐 볼 것 같아 꺼림칙해진다. 사춘기 시절에는 그나마 일기를 통해 고민을 적으면서 마음을 달래지만 점차 어른이 되면서 일기는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남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도 있고 굳이 일기를 쓰지 않아도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스트레스를 풀면서 일기쓰기의 중요성은 줄게 된다. 특히 글쓰기를 너무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일기쓰기는 괴로운 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직업이 아닌 이상 글쓰기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지극히 개인적인 글인 일기를 남들에게 평가받았던 몹쓸 기억 때문에
아예 일기쓰기를 외면하게 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부디 이 책을 통해서 일기가 주는 즐거움과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다. 일단은 마음에 드는 일기장을 마련하고 단 한 줄이라도 써보자. 유명하고 위대한 사람만 자서전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우리도 일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남길 수 있다. 어떤 책을 보니까 직접 일기장에 쓰는 일기가 부담스럽다면 모니터를 끈 채로 쓰는 방법을 권한다. 모니터를 끄고 쓰는 이유는 맞춤법과 같은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 내키는 대로 쏟아내라는 의미다. 그냥 할 말이 없으면 없다고 쓰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방법이야 다양하니까 일기를 쓰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시작이 반이다.
일기는 ‘나’를 위한 자유로운 공간이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 숨 쉬는 증거이며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촉진제다. 일기는 글로 남겨진 나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일기를 쓰는 순간이나 이미 써놓은 일기들은 소중하다. 대단한 일기 예찬론 같지만 그냥 일기를 쓰면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좋다. 요즘 달라진 점은 일기에 적는 내용이다. 예전 같으면 힘들거나 괴로울 때 주로 넋두리를 쓰거나 자기연민에 빠져 허우적댔을 텐데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는 글을 쓰게 된다. 나의 말과 글이 곧 ‘나’라는 생각으로 긍정의 언어를 선택한다. 살다보니 삶이란 외로운 것이고 성숙해진다는 건 그 외로움까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라, 일기를 통해서 조금씩 성숙해지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