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송 이즈 유 The Song is You
아서 필립스 지음, 김선형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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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은 무엇일까? 적어도 이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으려면 음악과 관련된 추억이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주로 라디오를 통해 가요와 팝송을 즐겨 들었다. 특별히 한 곡을 좋아했다기보다는 사춘기 시절을 지나는 과정 중에 음악이 함께 했었던 것 같다. 마치 나만을 위해 불러주는 노래인 것처럼 흠뻑 분위기에 빠져 편지를 쓰듯이 가사를 적으면서 음미했었다. 지금도 그 시절 노래를 들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그 때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다만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특정 가수를 좋아하고 열광했던 적은 없었다. 그저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에 매혹되었던 것 같다.

전쟁으로 다리를 잃은 한 남자는 빌리 할러데이의 음악을 사랑했다. 어린 아들을 잃은 한 남자는 인디밴드의 젊은 여가수를 사랑하게 됐다. 음악을 사랑하는 것인지, 그 음악을 부르는 여가수를 사랑하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그들에게 음악은 자신의 아픈 상처를 동여맨 붕대인지도 모른다. 노래를 부르는 여가수의 존재는 로맨스가 아닌 판타지로 봐야 될 것 같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공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음악을 사랑했고, 여가수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가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다. 조금씩 그 남자의 내면을 읽어가면서 상황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공감할 수는 없었다. 마치 좋아하는 음악적 취향이 다르듯이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광고 감독이며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던 유부남 줄리언은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으로 아내 레이첼과 별거에 들어간다. 위태롭던 부부를 이어주던 유일한 끈이었던 아들 칼턴이 사라지면서 그들의 행복도 사라진 것이다. 줄리언의 형 에이던은 동생 부부의 재결합을 원하면서도 실은 레이첼을 사랑한다. 우연히 밴드 공연을 보던 줄리언은 젊은 여가수 케이트 오드와이어에게 반한다. 마치 자신의 아버지처럼 여가수를 향한 흠모라기보다는 음악을 향한 갈구로 봐야 될 것이다. 음악이 주는 위로, 환상,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한 본능적인 끌림인 것이다. 누가 나무랄 수 있겠는가? 환상은 환상으로 끝나야만 현실에서 혼란스럽지 않다. 어쩌면 줄리언과 케이트 간의 묘한 엇갈림은 음악이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자각하게 만드는 극적 효과가 아닐까? 만약 내가 줄리언에게 좀 더 공감할 수 있었다면 이야기에 더 푹 빠졌을 텐데 아쉽다. 다른 건 몰라도 결말이 깔끔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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