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주인공은 토머스 드 퀸시, 작가 자신이다. 자신의 삶 속에 깊숙히 자리잡은 아편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흔히 고백이라고 하면 숨기고 싶은 허물이나 과오를 털어놓는 일을 말한다. 그런데 저자가 <고백>을 발표할 당시에는 아편이 금지된 약물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편이 일상에서 진통제로 쓰이던 때였고 술보다 가격이 싼 편이라 아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세상의 편견없이 자유로운 상황이었으니 아편중독에 관한 진솔한 고백이 가능했을 것이다. <고백>출간 이후 1830년에는 아편복용이 죄악시 되면서 결국 1868년에는 약물법 제정으로 금기가 되었다고 하니 아무리 대담한 사람이라도 비난을 감수하며 이런 글을 발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즘처럼 마약이 중대범죄로 인식되는 세상에서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을 읽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아편은 무엇인가? 아편이 주는 쾌락과 고통에 관한 글을 읽을수록 의문점이 생긴다. 아편중독에 한 번 빠지면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토머스 드 퀸시라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나지만 아편중독으로 불운한 말년을 보낸 것을 보면 안타깝다. 그의 작품들이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만약 아편에 빠지지 않았다면 자신의 역량을 더욱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도 처음에는 아편을 복용하는 자신에 대한 변명을 한다. 스스로 아편을 조절할 수 있다고 자만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점 아편이 주는 고통에 고문당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이 모든 고백이 아편쟁이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과연 도움이 될까? 잘 모르겠다. 현명한 독자로서 원래의 의도를 잘 파악한다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아편이 주는 쾌락에 호기심을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마약중독자의 시작은 그런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설픈 호기심으로 삶을 파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토머스 드 퀸시는 솔직한 작품 <고백>으로 큰 성공을 거뒀으나 결국 아편으로 불행을 자초했다. 아편은 쾌락과 고통을 동시에 주는 사악한 매력을 지녔다.

간간히 들리는 유명연예인이나 공인의 마약 소식을 들을 때마다 유혹에 빠진 나약한 정신을 비난했다.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그들을 비난할 수 있지만 이미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면 더 이상 편견으로 바라보지는 말아야겠다. 이미 충분히 고통을 겪었을테니 말이다. 다만 다시는 자신의 삶을 놓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마약은 삶을 파괴하는 무서운 독인 것이다. <고백> 자체는 그리 교훈적인 글은 아닌데 새삼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안타까운 소식때문인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마약이 미화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헛된 것에 빼앗기지 않도록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한다.

 

"......성서가 말하고 있는 무서운 책은 사실 각 개인의 마음 자체라는 것이다. 나는 적어도 여기에 대해서는 확신하고 있다. 마음이 잊을 수 있는 일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수많은 사건이 우리의 현재 의식과 마음에 새겨진 비밀 기록 사이에 베일을 칠 수도 있고 앞으로도 베일을 치겠지만, 같은 종류의 사건들이 이 베일을 찢어버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베일이 쳐졌든 벗겨졌든, 마음에 새겨진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 그것은 별들이 낮의 햇빛 앞에서는 물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햇빛이 베일처럼 별들을 가리고 있을 뿐이고, 별들은 별빛을 가리는 햇빛이 물러가면 자기 모습을 드러내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146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