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왈 曰曰 - 하성란 산문집
하성란 지음 / 아우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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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이었다. 딸애와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갑자기 "여러분들은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걸 언제 아셨나요?"라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역시나 딸애는 "어, 산타클로스가 없어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딸애 나이에 산타클로스를 믿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어리숙한 아이로 보일런지는 모르나 엄마 입장에서는 지켜주고 싶은 환상이었기 때문이다. 딸애가 커가면서 산타클로스를 무조건 믿기에는 여러가지 미심쩍은 증거들을 흘리는 실수가 있었지만 꿋꿋하게 우겨왔었다. 그런데 우연히 켠 라디오에서 산타클로스는 당연히 없다는 식으로 단정짓는 진행자의 얘기는 조금 화가 났다. 왜 어른들은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말하는 것일까? 자신의 사랑스런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산타를 믿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속이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일 년 동안 착한 행동을 하면서 내심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기도 하고 나쁜 행동을 할 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곤 한다. 갈수록 크리스마스의 원래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동심처럼 지켜주고 싶은 것이 산타클로스의 추억이었다. 상술적인 이미지의 산타클로스는 믿지 않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여러가지 모습의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이 모은 둔을 아낌없이 기부하는 분들이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삶을 나누며 사는 분들을 보면 그 분들이 바로 산타클로스라고 생각한다. 내게 있어서 산타클로스는 천사의 또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나는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믿는 어른들에게 화가 난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처럼 착하게 살면 선물을 받는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매일매일을 살았으면 좋겠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만큼 아름답고 멋진 선물이 또 있을까.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 가끔은 누군가와 이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런데 그 순간을 지나고 나면 다시 끄집어내기가 힘들고 자연히 잊혀진다. 매일 우리가 겪는 일상의 생각과 느낌들은 누군가와 이야기하거나 글로 적어놓으면 소중한 추억 혹은 값진 교훈을 줄 때가 있다.

하성란 작가님의 첫 산문집 <왈왈>을 읽으면서 반가운 마음이 든 것은 그 때문이다. 650자라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글을 읽으면서 편안하고 친근했다. 흔히 여자들끼리 나누는 대화는 서로 다른 주제로 이야기해도 결국에는 공감하고 맞장구치며 끝나는 묘미가 있다. 왈왈, 거침없이 꾸밈없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라서 좋았다. 그냥 읽기만해도 서로 마주한 것 같은 느낌, 이것이 <왈왈>이 주는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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