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전우치전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7
김현양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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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우치>를 보면서 우리 고전문학 속 판타지의 매력을 느꼈다. 물론 영화였기에 더욱 흥미로웠는지도 모른다. 기존 서양 판타지에 익숙했던 내게는 무척 새로운 경험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전문학을 어린 시절 전래동화를 통해 접하기 때문에 은연중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옛날 이야기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슈퍼 히어로와 같은 모습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흥미진진한 소재인 것 같다.

문학동네에서 <한국고전문학 전집>이 출간되었다. 그 중 <홍길동전,전우치전>이 눈길을 끈 이유는 영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이 지닌 장점은 원문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뜻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았다는 데 있다. <홍길동전>은 '경판 30장본'을, <전우치전>은 '전운치전 경판 37장본'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앞장에는 쉽게 풀어놓은 내용이 있고 뒷장에는 원문이 그대로 실려 있다.  

학창시절에도 고전문학은 쉽지 않은 과목이었다. 어려운 과거의 어휘들을 해석하다보면 원래 문학의 즐거움이 감소되고 어느새 골치 아픈 공부로 변질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읽다보니 적절한 주석과 매끄러운 해석 덕분에 이야기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다. 굳이 이 두 작품이 지닌 시대적 의미나 의의를 설명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 시대의 현실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주인공 홍길동과 전우치를 보면 하늘에서 내린 비범한 능력을 지니고도 현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들의 능력은 가상의 세계에서 새롭게 빛을 발한다. 왠지 그 당시 이 작품을 읽는 이들도 세상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보다는 현실의 고단함을 달랠 수 있는 하나의 판타지로서 바라보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 시대건 영웅을 꿈꾸는 것은 평범한 약자들에게는 즐거움이자 위로였을 것이다. 비록 현실은 부당하고 괴롭지만 문학 속에서는 통쾌하게 복수하고 웃을 수 있다. 판타지 속 영웅을 통한 대리만족뿐 아니라 주인공만의 신비로운 매력이 어우러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정말 우리 고전문학을 이토록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 동안 대강의 줄거리만을 알고 있었다면 이 책은 고전문학이 지닌 맛깔스러운 표현을 현대적으로 잘 살려내어 제대로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한다. 다른 이들도 한국의 슈퍼 히어로, 홍길동과 전우치를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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