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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듬뿍 초코초코 베이커리 2 - 우정의 찰깨빵 ㅣ 세종꿈나무 성장 동화 시리즈
조선학 지음, 조선혜 외 그림 / 세종꿈나무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길거리를 지나다가 침이 고일 정도로 맛있는 냄새에 발길이 멈출 때가 있다. 바로 갓 구워낸 빵에서 풍기는 냄새가 그렇다. 아마도 아이들 중에 빵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우리 아이 역시 빵이라면 배불러도 먹고 싶어할 정도로 좋아한다. 요즘은 먹는 것뿐 아니라 만드는 것에도 관심을 보인다. 책 속에 나오는 베이킹 레시피를 보면서 우리도 집에서 빵을 만들어 먹자고 졸라댄다. 초원이도 쉽게 만드는 빵을 엄마는 못 만들어주니 할 말이 없다. 초원이가 만든 우정의 찰깨빵은 못 만들어도 따끈따끈 호떡이라도 만들어줘야겠다.
<사랑듬뿍 초코초코베이커리>는 맛있는 빵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즐겁게 해주는 동화다. 1권에서 주인공 윤초원은 다투시는 부모님 때문에 할아버지 댁으로 가출한다. 그 곳에서 친절한 흑곰 아저씨를 만나 빵 만드는 법도 배우고 개구쟁이 친구 동규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는 의젓함을 보여준다. 이번 책 2권에서는 드디어 엄마를 졸라서 할아버지 댁에서 살기로 결정한다. 아빠의 모교이기도 한 황지 초등학교로 전학오게 된 초원이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전학이란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도 있지만 굉장히 떨리고 두려운 일인 것 같다. 밤새 악몽에 시달린 초원이는 전학 첫 날에 지각하고, 반 친구 영찬이는 초원이를 괴롭히면서 왕따를 만들어버린다. 가장 친한 동규는 영찬이가 무서워 다가오지도 못한다. 이래저래 속상한 초원이는 빵집 흑곰 아저씨를 찾아가지만 초원이의 마음도 몰라주고 영찬이와 친하게 지내라는 말씀만 하신다. 엄마에게 전화하면 당장에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실까봐 말도 못하는 초원이를 보면서 왠지 마음이 찔린다. 초원이 엄마는 매일 공부에 관한 얘기만 하고 정작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살펴보는 일에는 서툰 것 같다. '내 아이는 내가 가장 잘 안다.'라는 엄마들의 착각이 종종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만약 학교에서 영찬이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엄마가 알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분명히 엄마가 해결해주려고 나서지 않았을까? 대부분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친구 간의 문제도 엄마 입장에서는 뭔가 도와주려고 나서게 된다. 그런데 초원이에게 의지할 사람은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흑곰 아저씨뿐이다. 아무도 초원이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려고 나서지 않는다. 다만 자신을 괴롭히는 영찬이를 미워만 하지말고 어떻게 하면 친해질까를 생각해보라고 조언해주신다. 시행착오 끝에 영찬이의 냉랭한 마음을 녹인 것은 초원이가 직접 만든 찰깨빵이다. 따끈따끈 쫄깃한 빵으로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된 친구들을 보니 기특하다. 엄마가 나서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서로의 갈등을 풀고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빵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서로 흩어지는 밀가루를 조물조물 반죽하여 뭉치고 가만히 숙성시키고 뜨거운 오븐에 넣어 맛있는 빵으로 완성된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처럼 어루만져주고, 가만히 지켜봐주고, 사랑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면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멋진 사람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초원이 덕분에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도 조금 더 여유로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