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노벨상, 필즈상 이야기 - 이 시대의 천재 수학자들은 왜 난제에 도전했을까?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24
김원기 지음 / 살림Math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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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영화 <페르마의 밀실>을 봤다. 익명의 초대를 받은 네 명의 수학자 이야기인데 밀실에 갇혀 수학문제를 맞혀야 풀려날 수 있다. 결말을 본 순간 조금 허탈함을 느낀 것은 어쩌면 수학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그들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일반인에게 수학이란 입시 주요과목일 뿐이다. 그래서 수학을 학문으로서 열정을 갖는 사람들이 오히려 신기해보이는 것 같다.

이 책은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에 관한 이야기다. 어떻게 필즈상이 생겨났고 어떤 수학자들이 수상했는지 그들의 업적을 들려준다. 수학에 관한 호기심,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가 우리나라 서울에서 개최된다고 하니 더욱 관심을 가질 만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상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누군가의 이력 중에서 수상경력을 눈여겨보며 스펙을 위해 상을 받으려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타렌스 타오가 말했듯이 학문의 세계에서 상은 그 목표가 아니다. 한국을 찾은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한국은 언제쯤 노벨상을 수상하겠느냐?"라는 식상한 질문에 하나같이 "과학자는 노벨상을 받기 위해 연구하지 않는 법이다."라고 대답하듯이 말이다...... 236p

2006년 필즈상 수상자였으나 수상 자체를 거부했던 그레고리 페렐만은 전형적인 학자라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자세한 언급이 없어서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니 그가 수상을 거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 논문을 올바로 심사할 줄 아는 수학자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껄끄러운 학문적 오만이 느껴지지만 그 뒤에도 다른 수상이나 상금 일체를 거절한 것을 보면 학문적 지조가 있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이런 수학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 어딘가에 숨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학에 관한 우리의 인식 전환이 먼저 수반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수학은 입시를 위해 공부해야 하는 골치 아픈 과목이 아니라 이 세계를 증명해내는 유용하며 흥미로운 학문이다. 부디 우리나라의 교육이 좀더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바뀌길 희망한다.  책 속에 소개된 필즈상 수상자들을 보니 대부분 수학적 재능을 타고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 마디로 천재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만약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문득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다방면 영재들이 많다. 당연히 수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영재들이 있는데 우리의 관심이 그저 필즈상 수상이라면 그들의 능력을 막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그런데 정작 천재 수학자인 테렌스 타오는 수학자가 되기 위해서 천재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물론 적절한 정도의 지능을 갖춰야 하지만  무엇보다 인내와 성숙이 필요하다고. 전문 수학은 스포츠처럼 신기록을 갱신하거나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하고 위대한 수학자들이 꾸준히 작업한 내용이 누적되어 진보된 결과라고 한다.

수학의 목표는 수학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그 발전과 응용에 기여하는 것이다......195p

이 책은 필즈상을 중심으로 수학자들의 업적을 이야기하다보니 수학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 몰랐던 수학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순수수학이 지닌 무한한 발전가능성이야말로 미래사회를 여는 열쇠일 것이다. 또한 수학은 다른 순수학문과 연계하여 응용수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필즈상 위원회도 순수수학을 연구하는 수학자에서 물리학자까지 수상후보를 넓히고 있다.

마지막 장을 보면 <현대 수학의 주요 문제들>이 힐베르트의 23문제, 스메일 문제, 클레이 밀레니엄 문제, 린다우 문제가 나온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풀라는 얘기인지 문제의 핵심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보면서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학자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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