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 1881 함께 읽는 교양 6
토머스 캐스카트 지음, 윤인숙 옮김 / 함께읽는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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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가 할머니에게 묻는다.

"할머니, 왜 살아요?'

"아니 이 녀석이, 그럼 죽으란 말이냐!"

 

꼬마는 생각한다. 왜 사는지 묻는 것이 잘못된 건가?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데 그럼 산다는 건 죽지 못해서 혹은 죽지 않았기 때문에 사는 건가?

아, 모르겠다. 그냥 살아 있으니까 사는 건가보다.

 

어린 시절에 엉뚱한 질문을 했다가 야단만 맞은 적이 있다. 연로하신 할머니께 뜬끔없이 왜 사느냐, 언제 죽느냐라는 질문은 굉장히 무례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걸 그 당시에는 몰랐다. 아마도 그 뒤론 그런 질문은 안 했던 것 같다. 굳이 질문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 같다. 사느냐, 죽느냐는 햄릿이 고민하면 되고 왜 사느냐, 왜 죽느냐는 철학자나 신학자들에게 맡기면 되니까.

그런데 우리 애가 묻는다. "사람은 왜 죽어요?  죽으면 어떻게 되요?"  "음, 사람이 왜 죽느냐 하면......."

사실은 잘 모르겠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설명하다보니 모르겠다. 정말 '죽음'이란 뭘까?

 

<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는 '죽음'에 관한 유쾌한 고찰이다. 토머스 캐스카트와 대니얼 클라인은 진지하고 고리타분한 철학을 적절한 농담과 유머로 희석시킨다. 어쩌면 '삶과 죽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유머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위대한 사상가들이 말하는 '죽음'에 기죽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으로 기운을 차리자.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왜냐면, 우리가 존재하고 있으면 죽음이 오지 않은 것이고, 죽음이 오면 우리가 존재하지 않으니"  -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죽음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죽음이란, 죽는 당사자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만은 없다. 죽음은 삶과의 이별이며 살아있는 사람들과의 이별이니까. 그러니까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아무것도 아닌'이란  죽음에 연연하여 현재의 삶을 망치지 말라는 충고가 아닐까. 철학은 삶을, 종교는 죽음을 우리에게 이야기하지만 그 무엇도 정답은 없다. 이 책은 정말 시끌벅적한 수다 같다. 진지하고 심각한 분위기는 쫙 빼낸 저칼로리 죽음 요리를 맛 본 것 같다. 이제 '죽음'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얘들아, 세상에 태어난 순간이 기억나니? 기억 안 난다고? 그래, 죽음도 마찬가지야. 수많은 사람들이 짐작만 할 뿐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지. 그래도 잘 살고 있잖아. 삶과 죽음이란 자연스러운 거야. 있는 그대로 이 순간을 살다보면 알게 되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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