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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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리 : 소매치기

 

이 책은 나쁜 놈에 관한 이야기다. 남의 것을 훔치는 소매치기와 남의 삶을 훔치며 즐기는 남자가 등장한다. 우리는 그들을 지켜본다. 아니 어쩌면 우리들은 나쁜 놈이 어떻게 사는지를 훔쳐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악(惡)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일종의 동경이 있는 것은 아닐까?  바르고 착하게 사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나쁘고 악한 것은 선택이다. 당신은 얼만큼 나쁜가?  글쎄, 나쁜 것도 등급이 있을까?  만약 등급지어 나눌 수 있다면 이 책에는 세 가지 부류의 나쁜 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시카와 - 흔하게 나쁜 놈

"사실 참 아름다워. 그건 인생의, 이 세상의 아름다움 중의 하나야.하지만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이용해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지. 사람들이 불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을 때, 우리만은 그 아름다움을 보는 대신 그들의 주머니를 보고 있어. 그게 좀 뭐랄까...... 지겨웠어." (38P)

전형적인 소매치기다.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나쁜 놈의 특징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소매치기란 단순한 직업인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그 일이 지겹고 싫어진다. 먹고 살기 위해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은 흔하다.   

 

기자키 - 가장 악랄하게 나쁜 놈

"이런 인생에 가장 올바른 삶의 방식은 고통과 기쁨을 잘 구분해서 쓰는 거야. 모든 것은 이 세계에서 부여하는 자극에 지나지 않아...... 네가 만약 악에 물들고 싶다면 결코 선을 잊어서는 안 돼......죽음의 공포를 의식적으로 즐기란 말이야. 그걸 할 수 있을 때, 너는 너를 초월할 수 있어. 이 세계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신이나 운명이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착한 인간이나 어린애가 불합리하게 죽어가는 이 세계에서!" (165p)

정말 이런 인간이 있을까?  범죄 영화에서 등장하는 사이코패스 같다. 그냥 나쁜 정도가 아니라 사악한 놈이다. 소매치기야 그저 남이 가진 돈이나 물건을 훔치지만 이 녀석은 남의 불행을 즐긴다. 마치 자신이 신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치밀하게 아주 서서히 누군가를 파멸로 이끄는 과정을 잔인하게 즐긴다. 상상이라도 내게 특별한 능력이 주어진다면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똑같이 고통을 줄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어떤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알 테니까. 그럼 나 역시 악한 사람이 되는 걸까?

 

주인공 '나' = 니시무라 - 어설프게 나쁜 놈

타인의 물건에 내 손가락이 닿는 순간의 긴장과 그 뒤에 찾아오는 따끈하고도 확실한 온도에. 그것은 다양한 가치를 부정하고 다양한 속박을 학대하는 행위였다. 필요한 것을 훔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훔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훔친 뒤에 버렸다. 들어가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 뻗쳐진 내 손가락, 위화감 따위는 죄다 지워버리는 내 손가락 끝의 살갗에 내달리는 쾌락을-. (206p)

소매치기라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인간이다. 물론 소매치기한 돈으로 생계 유지를 하니까 당연히 나쁜 놈이다. 하지만 뭔가 어설프게 나쁘다.  그냥 나쁜 놈이라고 치부하기엔 마음이 여리다. 가엾은 소년을 자꾸 도와준다. 점점 마음을 준다. 결국 그들 때문에 약점을 잡히고 덫에 걸린다. 그래서 슬프다. 어설프게 나쁜 것은 슬프다.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 한 권이 내 마음을 훔쳤다. 나는 나쁜 세 놈의 삶을 훔쳐봤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시라, 결국 나쁜 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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