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진실 교육을 말하다 - 21세기 대한민국의 비밀스런 현주소 대한민국 진실 시리즈 1
김동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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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는 몰랐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모르긴 몰라도, 나만은 절대로 극성떠는 엄마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변했다.  남의 집 아이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가르쳐야 될 지 알아보고 뛰어다니는 엄마가 되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건 단순히 여덟살 아이의 학부모가 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 발을 디딘 것이며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음을 뜻한다. 그 속에서 의연하게 자신만의 교육관을 펼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소심한 사람은 대세에 밀려갈 수 밖에 없다.

" 천하의 모든 길을 막아놓고 문을 하나만 만들어 놓는다면 공자라 할지라도 그 문을 통해가야 할 것이다."

" 품계와 녹봉이 미끼가 되어 과거 보기를 부추기고, 일신의 영달이 이 시험에 달려있다. 따라서 물과 불 속에 잘 들어가느냐는 표준으로 시험을 본다 하더라도 물과 불 속으로 뛰어들지 않는 자가 없을 지경이다. 선비들이 품은 뜻이 옛날 사람과 다르겠는가?  과거의 풍습이 선비를 저렇게 만든 것이다."   - 박제가 선생의 <북학의> 중 일부, 131p

이 책은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저자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현재 교육이 지닌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많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탁상공론에 그치고 말 것이다.  과열된 입시 경쟁은 지극히 표면적인 문제였다.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겠지만 대한민국의 교육을 입시 문제가 전부인 양 바라보게 된 것은 정부의 잘못이다.  정부의 우민정책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 온국민을 입시 경쟁 체제 속에 몰아놓고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저자는 SKY 독점으로 명명되는 명문대 학벌주의 현상을 SKY가 아닌 서울대 독점으로 바꾸라고 말한다. 법률신문 내용을 인용하면 2009년 국내 주요 로펌들이 영입한 신규변호사들 가운데 서울대 출신 비중이 무려 7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신문에서는 2009년 대법관 4명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채워졌으며, 전체 판사의 절반 이상이 서울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사회생활을 하면서 체험한 내용이다. 승진의 기준은 서울대 출신이냐, 비서울대 출신이냐로 판가름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억울해 해봤자 무능력한 사람들의 한탄으로 여긴다. 그래서 서울대 출신이 아닌 사람이 아무리 서울대 문제를 거론해도 합리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핵심은 서울대에 있다. '국가학벌'이란 용어로 설명하는데 국가를 등에 업은 국립대학과 그 출신들이 국가의 권위와 자원을 사유화하여 일종의 이익집단화한 것을 가리킨다. (본문 171p) 1946년 미군정 당시 북한에서 평양에 종합대학 설립 작업에 착수했다는 보고를 듣고 서둘러 국대안을 발표한 것으로 추측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엘리트를 자체 양성하기 위한 국가 기관의 일부로서 탄생한 서울대는 김일성대와 태생이 같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국가학벌'을 만들고 자유로운 교육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국가가 용인한 서울대만의 특권은 사회 주류인사들에게는 튼튼한 동아줄이겠지만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더 이상의 발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카스트가 된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서울대 출신이 아니면 기회조차 없는 사회, 과연 발전할 수 있겠는가?

세계화 시대라는 요즈음, 국내의 우수한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해외의 명문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인재들이 해외에서 그 실력을 발휘한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한 발판이 목적이라면 인재 낭비가 아닐까?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대학 졸업생들의 실업률 또한 세계적인 수준일 것이다. 무엇이 88만원 세대를 만들었는가?  현재 경제 상황을 비약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대 문제는 단순히 대학 교육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오로지 서울대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수많은 아이들이 밤을 새가며 공부에 매달리는 것이 당연히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겨우 성적 때문에 비관하여 자살하는 학생들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교육의 해답은 무엇일까?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교육 개혁을 말하는 이론가와 실무가들의 한계를 지적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해답은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각자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내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겠다는 목표가 아닌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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