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 헬로우 Mr. 랭귀지 1881 함께 읽는 교양 5
에리카 오크런트 지음, 박인용 옮김 / 함께읽는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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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저자의 언어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에 감탄한다. 물론 인공 언어를 발명한 사람들 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잠시 혼란스러웠다. 어쩌자고 사람들은 언어를 발명할 생각을 했을까?  전혀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지만 너무 복잡한 인공 언어를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들은 누구나 쉽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세계어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었겠지만 너무 괴상하다.

저자가 말해주듯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 아니다. 아무도 발명한 사람이 없으니까. 그저 생겼난 것이다. 인류의 탄생과 함께 자연히 진화된 언어라서 언어 자체에 대한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인공 언어는 뭔가 부자연스럽다. 단순한 재미로 암호 놀이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너무도 진지하게 언어를 발명하려 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에스페란토어나 클링온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 뭐라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배우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가 있다면 생각이 달라질까? 그건 잘 모르겠다. 2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 중에는 또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 수월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언어에 대한 감각이 특별한 사람의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언어적 감각이나 능력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인공 언어는 매우 쓸데 없는, 엉뚱한 발명품으로 비춰진다.

다만 <반지의 제왕>의 저자 J.R.R. 톨킨의 경우를 보면 그 동기면에서 공감할 만하다. 예술을 위한 창조 작업이란 면에서 엄청난 대작을 위해 언어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 이야기 속의 새로운 언어는 생명을 지닌다. 언어가 지닌 예술적 가치를 극대화 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를 발명해내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는 한, 언어 자체도 발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공 언어에 대해 특별한 반감은 없다. 왜냐하면 누구나 한 번쯤 세상의 언어가 하나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해봤을테니 말이다. 솔직히 세계어를 발명해내는 것보다 SF영화에서처럼 텔레파시로 교감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언어란 생성, 진화, 소멸이라는 과정 속에서 인류와 함께 나아가고 있다. 언어에 관한 인류의 관심과 노력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던지 진심으로 소통할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평화주의자 루드비크 자멘호프가 만든 에스페란토어를 존중한다.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다툼, 나라 간의 전쟁은 비단 서로 다른 언어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언어 뒤에 숨겨진 편견과 이기심을 버린다면 굳이 새로운 언어 없이도 소통의 어려움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꿈 같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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