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놀이의 즐거움?

아이와 함께 어떤 행사를 참여한 적이 있다. 프로그램 중에 운동회가 있었다. 햇빛이 쨍쨍한 날에 공굴리기, 단어 맞추기, 보물찾기 등을 한다는 것이 살짝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아이와 놀이터나 공원을 나가도 주로 앉아서 지켜보는 편이라 같이 뛴다는 자체가 어색했다.  어릴 때는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놀았지만 어른이 된 뒤에 뛰어 노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게임에 참여했다.  그런데 점점 게임이 진행될 수록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뛰어서 땀도 나고 더웠지만 나중에는 아이와 신나게 웃으며 즐기게 됐다. 

 
놀이란 무엇인가?

내게 있어서 놀이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었지, 어른인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어른들 세상에서 "요즘 놀고 있나?"라고 묻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일이다. 일정한 직장 없이 지내는 백수란 의미로 통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을 향해 "아주 놀고 있네~"라고 말한다면 꽤모욕적인 발언이 된다. 그의 활동은 전혀 쓸모 없고 한심하다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놀이는 일의 반대 개념이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될 때가 많은 것 같다. 일반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즐기는 것은 순수한 놀이보다는 일정한 목적을 지닌 취미생활인 경우가 많아 보인다. 아마도 남들에게 자신이 그냥 놀고 있는 게 아니라 뭔가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닐까. 취미생활은 놀이처럼 즐거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놀이는 순수한 즐거움에서 시작된다. 놀이는 새로움, 자연스러운 흐름, 순간에 충실한 느낌이 필요하다. 놀이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다양한 도전이 주는 즐거움 그 자체다. 놀이의 반대말은 '일work'이 아니라 '우울함depression'이다.  놀이가 없는 삶은 활력도 즐거움도 찾기 힘들다. 놀이와 일은 서로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이며 삶의 균형을 이루는 요소다.

왜 놀이가 필요한가?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 왜 놀이가 필요한 지를 이야기한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서 세상을 배운다. 이 말에는 쉽게 수긍한다. 하지만 어른들도 놀이가 필요하다는 말에는 잠시 주저하게 된다. 일하기도 바쁜 어른들이 아이들처럼 논다는 건 왠지 거부감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처음 '놀이'에 주목하게 된 사건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이 끔찍한 사건 이전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1966년 오스틴 텍사스 대학에서 찰스 휘트먼이라는 학생의 총격으로 15명이 죽고 31명이 다친 사건이다. 저자는 이 사건에 대한 정신의학적 조사를 맡게 되면서 비극의 원인을 밝혀낸다. 대부분은 범인을 미치광이, 정신적 문제를 지닌 편집증 환자라고 추측했지만 실제 범인인 휘트먼은 다정한 남편이자 순종적인 아들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살인자로 만든 것일까?  휘트먼의 인생을 철저히 조사한 결과, 그의 심리적인 병은 평생 놀이를 하지 못한 것과 연관이 있었다. 사실 얼핏 들으면 극단적인 결론같다. 놀이의 결핍이 어떻게 심리적인 문제와 살인의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도대체 놀이가 뭐길래?  사실 휘트먼 사건은 극단적인 결과의 예다. 하지만 신경과학계의 연구 결과를  보면 놀이가 결핍되면 학습능력, 정상적인 사회적응력, 자기통제 등의 고차원적인 관리 기능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다고 한다. 놀이는 학습의 적이 아니라 파트너다. 놀이는 뇌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놀이는 매우 중요하다.
놀이는 우리 삶의 스트레스, 긴장감, 부정적인 요소들을 덜어내주며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행복의 열쇠다.
이제는 왜 놀이가 필요한지를 물을 것이 아니라 왜 놀이를 안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될 때인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을 놀이하듯 즐길 수 없다면 행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책 앞부분에 실린 굉장히 인상적인 사진이다.
며칠 굶주린 듯한 흰곰이 썰매 개와 마주쳤다. 처음에는 서로 으르렁거리더니 갑자기 썰매 개 한 마리가 곰에게 다가가 꼬리를 흔들며 코를 곰의 몸에 비비며 장난을 걸었다. 그러나 둘은 눈 위를 뒹굴면서 놀이를 즐겼다. 이 사진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인 로버트 로싱이 찍은 것이다. 

 


아이와 함께 본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바이킹과 드래곤은 적대적인 관계다. 그런데 히컵(소년의 이름)은 자신이 잡은 투슬리스(드래곤 이름)를 풀어주면서 친구가 된다. 무서워보이던 드래곤이 코를 쓰다듬어주자 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린다.  함께 하늘을 날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과정이 예쁘고 귀엽다. 친구란 함께 놀면 즐거운 존재?

놀이란 적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마법 같다. 놀이는 우리 삶을 즐겁게 길들이는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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