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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평점 :
아불류 시불류 我不流 時不流
못 알아듣는 말들은
온통 욕처럼 들린다.
내 귀가 경망스러운 것인지.
한자로 적힌 글을 보고
끄떡인다.
그러나
역시 마음은 편치 않다.
나는 흐르지 않고
고여있으니
말이다.
"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그대가 그대 시간의 주인이다. "
며칠째 우중충한 하늘만 보다가 맑게 개인 하늘을 보니 반갑다.
하늘이 푸르른 날은 먹구름이 걷히고 환한 햇빛이 비치는 날이다.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은 먹구름으로 뒤덮힌 하늘을 보면서 햇님이 어디로 도망갔는 줄 안다.
그런데 어른들 중에는 힘든 시련을 겪게 되면 희망은 영영 사라졌는 줄 안다.

길을 걷다가 올려다 본 하늘이다.
처음에는 파란 하늘만 보였는데
자꾸 전깃줄들이 눈에 거슬린다.

가던 길을 멈춘다.
빨간 신호등이 켜진다.
가끔 내 인생에도 적절한 순간에 켜지는 빨간 신호등이
있었으면 좋겠다.
멈춰야 할 때 멈추지 않아서
아프고 속상하다.

초록 신호등이 켜진다.
점점 줄어드는 화살표를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한 칸씩 줄어들때마다
마음이 콩닥콩닥.

못견디게 화가 날 때가 있다.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가슴에서 치밀어 오른다.
화를 낼수록
처음에 왜 화를 냈는지는 잊어버리고
화가 난 상태에 몰입하게 된다
결국
화를 내는 나도, 곁에 있는 사람들도
온통 새까매진 재만 남는다.
길가에 놓인 소화전을 보면서
문득
내 마음에 저 소화전이 꼭 있어야겠구나 싶다.

공원에 깨진 대리석 틈으로
개미들이 보인다.
날개 달린 개미들이다.
바쁘게 기어다닌다.
왜 큰 날개를 가졌으면서도
그냥 개미처럼 기어다니는 걸까?
너는 왜 하늘을 날지 않니?

이 책은 향기가 난다.
좋은 글이 지닌 감동뿐 아니라 실제로도 용담 꽃이 그려진
책갈피에서 진한 향이 배어있다.
한 권의 책을 읽고서
하늘을 봐도
길거리를 거닐어도
공원을 둘러봐도
그 속에
'나'를 발견한다.
'나'로서
'지금'을 산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항상 '나'를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