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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 윤판사가 보내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
윤재윤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 내가 웃을 때 세상은 나와 함께 웃어주지만 내가 울 때 세상은 외면한다."
어디선가 이런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난다. 여기서 웃는다는 건 한 개인의 전성기를 의미할 것이다. 성공해서 잘 나갈 때는 주변의 친구도 많고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하거나 좌절했을 때는 어떠한가? 한 때는 친구였던 사람들뿐 아니라 가족, 친지마저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이 쓰라린 시련에 우는 순간 그를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는 건 엄청난 불행이며 절망일 것이다. 우리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시점은 최고의 전성기보다는 처절한 바닥을 경험하는 순간이 아닐까?
"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
이 책은 30 년간 판사를 지낸 저자의 이야기이면서 법정에서 눈물을 흘렸던 수많은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에는 선입견이 있었다. 왠지 법조인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사람일 거라고. 그건 '법'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법은 가진 자를 위한 혜택으로 비춰질 때가 많고 그와 관련된 법조인들도 공모자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은 참 희한하다. 어떤 사람이든 그의 속내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인간적인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윤판사님의 인간적인 면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서민들에게는 위로가 될 것이다. 그는 법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상처받아 눈물 흘리는 어린아이'라고 표현한다.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법원을 찾은 사람들이지만 결국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통과 상처를 위로해줄 따뜻한 위로인 것이다. 그는 눈물 흘리는 이웃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법을 집행하는 판사로서 차가운 법의 잣대뿐 아니라 따뜻한 인간애를 지닌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우리 사회가 올바로 설 수 있도록 이렇게 애쓰는 사람도 있다니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재판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선량하고 진실된 사람보다는 교활하고 비열한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 중에는 진실한 마음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남을 믿지 못하고 속고 속이는 사회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난다는 건 희망이다. 용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중년의 피해자, 두 딸을 죽인 남편을 위해 증언대에 선 여인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누구나 태어난 순간에는 여리고 순수한 아기의 모습을 지닌다. 그러나 삶이 주는 시련과 상처 때문에 옳지 못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들을 비난하고 처벌하기 이전에 우리는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세상은 함께 더불어 사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는 마음은 인간에 대한 순수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공원에 핀 예쁜 꽃들을 보며 미소 짓듯이 우리 이웃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겠다. 그것이 이 세상을 의미있게 사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