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났어요 - 틱낫한 스님이 추천한 어린이 '화' 우리 아이 인성교육 1
게일 실버 지음, 문태준 옮김, 크리스틴 크뢰머 그림 / 불광출판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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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나요?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엉엉 울어요. 발을 구르거나 심하면 장난감을 던지기도 해요. 온 몸으로 화가 났음을 말해줘요.

그러면 어른들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나요?

목소리가 커지고 흥분하여 말하죠. 울기도 해요. 심하면 누군가를 때리며 싸울 때도 있어요. 그만큼 화는 행동을 거칠고 난폭하게 만들어요.

어른이 된다는 건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인 성숙을 의미해요. 그래서 아이일 때보다는 올바른 판단을 하고 행동하게 되는 거지요. 하지만 유독 화가 나면 아이나 어른이나 그 화를 주체 못할 때가 많아요. 어른들도 쉽게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화라서 가끔은 화 때문에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는 후회하죠. 어릴 때는 화가 난다고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다가는 어른들에게 야단 맞아요. 친구들끼리 놀다가 화가 나면 싸움이 되고요.  어른들은 왜 화가 났는지 보다는 화가 나서 한 말이나 행동을 놓고 나무라곤 해요. 화가 난 상태에서 어른들에게 야단까지 맞게 되면 정말 기분은 우울해지죠. 세상에 자기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속상해져요. 더 눈물이 나고 화는 슬픔 혹은 분노와 손을 잡죠. 도대체 화는 뭘까요?

전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무척 반가웠어요. 틱낫한 스님이 직접 쓰신 책은 아니지만  틱낫한 스님의 <화>라는 책이 어린이용으로 변신한 느낌이었어요. 어린이 그림책답게 <화>를 빨간 도깨비처럼 표현했어요. 한 편의 짧은 동화 속에 <화>가 무엇이며 어떻게 화를 다스려야 하는지를 잘 보여줘요.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책인 것 같아요.  틱낫한 스님의 <화>라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을 그 동안 잊고 지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깨달았어요. 알고는 있지만 잊기 쉬운 것이 삶의 지혜인 것 같아요.

 

<화가 났어요>의 주인공은 얀이라는 소년이에요. 거실에서 블록으로 탑 쌓기를 하고 있어요.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던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세요. "저녁을 먹고 나서 더 놀아라."  하지만 얀은 더 놀고 싶어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블록 놀이를 그만하고 밥을 먹자고 계속 말씀하시는 거예요. 화가 난 얀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있다가 눈물이 나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해요. 할아버지는 두 팔을 벌려 얀을 껴안아 주려고 하지만 얀은 할아버지를 밀쳐내요.  그 바람에 높이 쌓았던 탑을 손으로 쳐서 무너뜨리게 되네요. 엉망이 된 블럭을 보고 더욱 화가 난 얀은 소리쳐요. "저리 가 버려요!  할아버지가 싫어요!"

만약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면 부모들은 화가 났을 거예요.  그래서 아이를 더욱 야단쳤을 거예요. 울고불고 소리치는 아이와 화간 난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니 정말 앞이 깜깜하네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정말 지혜로운 분이에요. 이렇게 말씀하세요.

"네 방으로 가서 너의 화와 함께 앉아 있도록 해라. 할아버지는 네가 차분해져서 얘기를 나눌 수 있을 때 가도록 하마."

얀은 방으로 달려가 펑펑 울어요. 어떻게 화가 나는데 화와 함께 앉아 있을 수 있겠어요? 이 때 새빨간 털복숭이 녀석이 나타나요.

바로 <화>예요. <화>는 얀에게 말을 걸면서 자꾸만 나쁜 행동과 말을 하자고 유혹해요. 얀은 밖으로 나가자는 <화>의 말을 듣는 대신 함께 방 안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방바닥을 쾅쾅 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지쳐서 가만히 있게 되었어요. 둘은 나란히 앉아서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어요. 둘은 친구가 되었어요.

진정이 된 얀은 할아버지와 이야기해요.

"할아버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알 것 같구나. 네가 너의 화를 잘 보살펴서 너의 화가 멀리 가버렸구나."

 

어른들도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 자라지 못한 철부지 아이가 숨어있어요. 마치 <화>로 표현되는 빨간 도깨비처럼요.  잘 다스리지 못하면 그 <화>라는 녀석이 말썽을 부리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만들려면 다독거리고 달래줄 필요가 있어요. 마치 정말 아이를 대하는 것과 흡사해요.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큰 소리로 야단치면 반항하지만 혼자 반성할 시간을 주면서 존중해주면 스스로 잘못을 깨닫잖아요.

우리 마음 속의 <화>를 잘 다스리는 방법은 우리 자신이 현명한 부모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정말 좋은 책이에요.

많은 분들이 읽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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