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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비밀
톰 녹스 지음, 서대경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창세기 비밀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선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에덴 동산은 실제로 존재했을까?
솔직히 성서 속 내용들은 비유와 은유가 강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에는 힘든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 의문을 품고 진위 여부를 따지기 보다는 무조건 신앙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뭐랄까, 가슴이 철렁해진다. 분명 저자가 밝혔듯이 허구의 이야기인데도 인간의 타락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들어맞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다. 역사에 대해서 깊은 지식은 없지만 크나큰 전쟁을 보면 늘 종교와 연관되어 있다. 인간은 신을 핑계로 끊임없이 잔인한 살육을 거듭해 왔다. 가끔 종교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떠한 신을 믿느냐는 자유지만 인간이 믿는 종교에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이다. 오로지 인간의 탐욕만이 남은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든다. 왜냐하면 무신론자보다 유신론자들이 더욱 편협하고 이기적으로 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혹시나 이런 생각조차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하는 얘기다. 워낙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는 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조심하게 된다. 그래서 하느님을 믿지만 가끔은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싫을 때가 있다. 종교는 순수하지만 종교를 믿는 인간이 문제인 것이다. 인간이 지닌 악한 본성이 그 순수한 믿음마저도 저버리고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다. 세상에 존재하는 종교가 정말 순수한 신앙으로 이루어졌다면 역사 속 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터키에서 발굴된 고대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 모든 이야기는 그 곳에서 시작된다.
무슨 지역 이름이 이토록 괴상한지, 여러 번 소리내어 읽어봐도 입에 붙질 않는다. 괴- 베 - 클- 리- 테 - 페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로브는 미국인이며 <타임스> 기자다. 그는 주로 분쟁의 중심지인 중동 취재를 전문으로 하는데 이번에는 터키 유적지를 맡게 된다. 고고학자들이 모여있는 괴베클리 테페에 도착하여 발굴 총 책임자인 프란츠 브라이트너 박사와 크리스틴을 만난다. 흥미로운 유적지를 취재하고 떠나려는 그를 붙잡은 것은 브라이트너 박사의 죽음이다. 크리스틴의 부탁으로 함께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어느 날, 벤저민 프랭클린 박물관 관리인이 혀가 잘리고 칼로 난자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뒤이어 맨 섬 앤 요새에서 머리가 땅 속에 박힌 채 벌거벗겨진 남자의 죽음, 캔퍼드 스쿨에서 온 몸의 피부가 벗겨진 남자의 죽음 등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희생자들의 모습은 너무도 끔찍하다. 누가 왜 이런 잔인한 짓을 한 것일까? 런던 경찰 반장 포레스터는 의문의 연쇄 살인을 조사하면서 이들의 범행이 인신공희와 연관되었음을 알게 된다. 인신공희란 옛날 제사에서 신에게 인간을 바치는 일, 즉 인신공양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심청전처럼 바다에 처녀를 던져 바치는 것을 떠올리는데 책 속에 인신공양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혹한 범죄를 보여주는 것 같다.
괴베클리 테페,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에덴 동산. 인간은 왜 낙원에서 쫓겨난 것일까?
이 책은 인디애나 존스처럼 흥미로운 고고학 이야기와 공포 영화 같은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이 어우려져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소름끼치는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사악하고 폭력적인 유전자가 존재한다면 분명 선하고 순수한 유전자도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