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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금강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이 있다더라. 바로 미황사가 그 곳이네. 주지 스님은 금강 스님이다.
원래는 아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절이었는데 덜컥 주지 스님이 되어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텐데 금강 스님은 그저 차를 마셨다 한다. 딱히 누구를 기다렸던 것은 아닌데 지나던 마을 사람들이 들러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소문이 났단다. 저기 작은 절에 가면 스님이 맛있는 차도 공짜로 주고 인생 상담도 해준다더라. 결국 미황사는 금강 스님이 주지가 된 후 20년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유명한 절이 되었단다.
이 책은 금강 스님이 미황사와 인연을 맺어 온 그 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소박하고 따뜻한, 가장 아름다운 절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던 것 금강 스님덕분이다. 진실한 마음은 통한다고 했던가. 세상과 소통하며 나누는 마음으로 절을 가꾸다보니 저절로 입소문이 나고, 작고 초라했던 절은 그 사람들을 통해 아름다운 절로 변신을 한 것이다.
사람을 그릇이라 하면, 무엇을 담느냐가 그 사람의 본질일 것이다. 초라한 절이 금강 스님이 머물면서 아름다워졌으니......
미황사의 수행프로그램 중 ‘참사람운동’을 보면 우리의 본질을 향기롭게 정화하는 수행이라 관심이 간다.
‘참사람의 향기’라는 말의 어감이 참 좋다. 향기로운 꽃을 바라보면 저절로 미소 지어지듯이 미황사 이야기를 듣는 내 마음도 그렇다. 종교와 무관하게 순수한 마음으로 미황사를 바라보니 한 마리 새가 된 것도 같다. 둥지가 어디든 멀리 날아오르던 새는 마음 내키는 대로 편히 쉴 곳을 찾아간다. 자신을 보듬어 안아줄 것 같은 곳, 잠시 머물다 떠나지만 잊을 수 없는 곳이겠지.
다만 아쉬운 것은 덧붙여진 다른 이의 글이다. <땅끝마을 미황사의 성공전략>이라는 어느 신문사 차장님이 쓴 것인데 미황사의 현재 모습을 ‘성공 전략’으로 정리한 것이 못내 씁쓸하다. 누가 봐도 유명해진 절이니 현실적인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종교계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책 말미에 이 글이 있다는 건 매우 안타깝다. 종교는 탐욕을 버리고 비우라 하는데 종교계는 다른 모양이다.
박남준 시인의 말처럼 금강 스님의 향기가 널리 퍼지는 것은 기쁜 일이겠지만 큰 절이 아니라 작고 아담한 절로 남았다면 더 좋았을걸. 그래야 성공 전략을 논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그저 순수한 참사람의 향기로 가득한 절, 미황사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