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새해를 맞이하여 읽은 첫 책이다.

이전 책에 비하면 반쪽 크기로 줄고 겉모습도 하얘진 것이 완벽한 변신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외뿔>이 많이 세련되어졌다.

그 속이야 변함 없지만 바뀐 겉모습때문에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작은 물벌레?

"그대가 아무리 비천한 존재라도

자신의 내면을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면

그대는 진실로 거룩한 존재다."

새해가 밝았으니 <외뿔>처럼 아름답게 내면의 변신을 꾀하고자 책을 펼친다. 과연 나는 거룩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설렘이 줄어든다. 달력을 새로 걸고 새해 떡국 한 그릇을 먹었으나 마음은 전혀 새롭지 않다.

마음 속을 들여다 보니 온통 뿌옇다.

<외뿔>은 도깨비가 이외수 작가를 통해 들려주는 우화상자다. 그 속에는 대한민국 춘천시 의암호에 살고 있는 물벌레가 나온다.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 것 같은 작은 물벌레가 깨달음을 찾아 떠난다. 깨달음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한 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심취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제자리다. 물벌레가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건 물벌레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그러니 늘 제자리 걸음이다. 세월은 쏜살같이 앞질러가는데 나는 계속 한 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도통 새로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육체가 늙는 것보다 정신이 늙는 것이 더 마음 아프다.

며칠 전 내린 폭설로 주변이 온통 하얗다. 아이들은 신나서 뛰어다니지만 어른들은 인상쓰며 다닌다. 하늘에서 내려준 하얀 눈을 축복으로 여기기엔 우리 마음이 너무 시커멓게 변한 탓은 아닌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길 기다리고,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인 길을 설레며 걷던 적이 언제였나?  설레고 그립고 가슴 떨리는 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잠시 잊혀진 것이다. 그 동안 내 마음을 꽁꽁 묶어두었던 것들을 이제야 풀어본다.

욕심, 탐욕, 시기, 질투, 두려움, 좌절, 절망...

마음을 뿌옇게 오염시키고 꼼짝 못하게 하는 것들이다. 우리 마음을 온전히 비워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조금씩 비워내고 싶다. 그래야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갈 수 있을테니까.

<외뿔> 덕분에 새해맞이 청소를 한 것 같다. 마음에 묵혀 두었던 안좋은 것들은 툭툭 털어내자.

깨끗한 마음으로 나만의 새해를 만들어야겠다. 이제 조금 새해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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