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 싸부님 2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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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엇이죠. 주는 건가요? 받는 건가요?"
 

"사랑은 주는 것도 아니고 받는 것도 아니다.

 사랑은 다만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온 우주에도 가득 차 있고

 우리의 마음 안에도 가득 차 있다. 

 그것은 간직하고 있음 하나로 위대한 힘을 발휘하지."

 

오늘 나는 위대한 사랑을 보았다. 슬프고 아름다운 모습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MBC 다큐멘터리 스폐셜 ‘2009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풀빵엄마’가 그것이다.

주인공 최정미씨는 어릴 적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가 불편하다. 5년 간 동거했던 남자는 둘째 아이 돌 즈음 그녀 곁을 떠난다. 그 때부터 두 아이를 키워온 그녀에게 또 한 번의 고비가 찾아온다. 위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그녀는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항암치료를 받으며 안간힘을 쓴다. 그녀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왜냐하면 너무도 사랑하는 두 아이 때문이다. 아이들이 세상에 의지할 사람은 엄마뿐이니까. 그래서 그녀는 아픔을 참고 풀빵 장사를 한다. 기특한 은서는 동생 홍현이를 돌보며 엄마를 돕는다. 그런데도 은서는 엄마에게 잘 해준 게 있으면 좋겠는데 잘 해준 게 없다고, 엄마를 위해 기도한다고 말한다. 아픈 엄마때문에 일찍 철든 은서를 바라보며 마음 아프고, 더 이상 함께 있어주질 못해서 미안한 엄마는 계속 눈물 흘린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싱글맘 최정미씨에게 기적이 일어나야 되는데, 그래야 되는데......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사랑이 무엇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풀빵엄마를 본 모든 사람은 느낄 수 있다. 사랑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녀가 삶을 마감하기 두 달 전에 찍은 영상은 정말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길어봐야 한 두 달 남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좌절하면서도 아이들 앞에서 꿋꿋한 모습을 잃지 않은 그녀는, 위대했다. 평범하게 아이들 밥상을 차려주고 학교 다녀온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들 옷을 직접 손으로 빨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아름다웠다.

왜 착하게 살아 온 그녀에게 이런 불행이 닥쳤느냐고, 천사같은 두 아이는 어떻게 하느냐고 따지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인간은 삶과 죽음의 선택권이 없다. 선악이 삶의 질을 좌우할 수는 있어도 양을 어쩌지는 못하니까. 누군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세상을 떠나고 싶겠는가. 그녀는 갔지만 그녀의 사랑은 마음 속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매일 쓰잘 데 없는 것들로 마음을 채우느라 바쁜 사람들에게

이외수의 우화상자가 꼭 필요하리라.

 

"싸부님 꼭 우리는 떠냐야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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