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 싸부님 1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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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다는 건 아직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생각조차 없다는 건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음을 의미한다.

생각의 많고 적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느냐가 중요할 뿐.

 

요즘 어떻게 살아야 할 지 흔들린다. 사부님 싸부님~ 우화 속 까만 올챙이가 되어 묻고 싶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책장을 펼치면 넉넉한 여백 속에 하얀 올챙이 한 마리가 등장한다. 대단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올챙이 한 마리는 끊임없이 삶의 깨달음을 찾아 여행한다. 하얀 올챙이는 처음에 작은 웅덩이 속 수많은 올챙이 중 한 마리였지만 이제는 우리 마음의 스승이 되어 다가온다.  

이외수 님의 우화상자는 1983년생이다. 나보다 어리고 볼품 없는 하얀 올챙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겨우 나이 몇 살 더 먹었다고,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그게 무슨 자랑이랴. 나이 들어도 철없으면 부끄러워야 마땅하다. 사부님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 책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 한 장, 글 한 줄이면 족하다.

 

"싸부님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요?"

"물론 가장 소중한 것이지."

"그럼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은 무엇입니까?"

"물론 가장 쓸모없는 것이지."

"어째 가르치심이 ......"

"내 가르침이 신통치 않은 것이 아니라 가르침을 받을 네 그릇이 부족한 줄은 모르느냐.

 너는 지금 맞는 말이라고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는 걸 배웠느니라."

 

온갖 좋은 가르침이 많아도 결국 내 그릇만큼 담을 수 밖에 없다.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하얀 올챙이마냥 작고 하얀 이 책이 진정 나의 사부님이 되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내 그릇은 어느 정도인가?

자기 깜냥도 모른 채 알려달라고 조르는 철딱서니는 아닌지.

한낱 이름 없는 올챙이 두 마리는 저수지를 떠나려 한다. 희망이라는 바다를 향해서.

예전 어떤 소설을 읽으면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참 슬프게 느껴진 적이 있다.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씨앗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올챙이가 왜 하필이면 살 수 없는 바다를 찾아 헤매는 것일까? 우리 인생 여정은 작은 웅덩이에서 시작하여 광활한 바다를 향한다. 삶과 죽음은 전혀 다른 말이 아니다. 살면서 왜 사는지 궁금해 하지만 결국 어떻게 죽느냐로 귀결되듯이.

짧은 글은 긴 여백 속에 빛난다.

원래 책을 두 세 번씩 읽는 성격이 아닌데 이 책은 자꾸 읽게 된다. 가장 훌륭한 스승은 침묵하며 말을 아낀다. 말은 수많은 오해와 억측을 낳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우화상자가 왜 이렇게 비어있냐고 투덜대지 말자.

이외수 님의 우화상자, 내게는 값진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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