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하다 케이스케 지음, 고정아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청소년 소설은 오랜만이다. 책을 펼치면 먼저 작가의 이력이 눈에 띈다. 하다 케이스케, 그는 이미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에 소설을 발표한 인재다. 일본 내 최연소 문예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과연 <달려라>는 어떤 소설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신선하다. 만약 주인공 혼다와 비슷한 또래가 읽었다면 전혀 다른 소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소설의 강점은 청소년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육상부에서 아침 훈련을 하던 혼다는 음료수를 사러 자전거로 나왔다가 그 길로 자전거 하이킹을 떠나게 된다. 어떤 계획도 동기도 확실치 않다. 무작정 '달려볼까?'라는 심정으로 페달을 밟다가 먼 길을 여행하게 된다. 겨우 고등학생 2학년인데 제법이다. 혼자 노숙을 하면서 여행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아마 어른들 중에 이런 여행을 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한 적 없는 일을 해본다는 건 정말 특별하다. 혼다의 친구들도 핸드폰 메시지로 서로의 안부를 나누지만 혼다가 정말 혼자 노숙했다는 사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건 흔치 않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계획을 세워 떠난 여행이었다면 굳이 고생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어디로 갈지 무엇을 겪을지 알 수 없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며 청소년기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짧지만 꽤 강력한 소설이다. 청춘의 열기가 느껴진다. 혼다의 며칠 간의 자전거 하이킹은 있는 그대로의 풍경과 감정을 보여준다. 특별한 줄거리나 사건 없이 솔직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랜만이다. 그것이 조금 낯설고 신선하다. 일본의 청소년과 우리는 얼마나 비슷할까? 아무래도 문화나 정서적인 차이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청소년만의 감정면에서는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든다. 어디까지나 짐작이다. 평소에 청소년 소설을 자주 보지 않지만 읽게 되는 이유는 좀더 이해하기 위함이다. 나이가 든다고 마음까지 늙는 것은 싫다.

혼다의 여자친구 세나와 동창 스즈키 사이에서 느끼는 묘한 감정은 나이를 초월한 남자들의 공통심리가 아닐까 싶다. 웃음이 난다.  여행 중에도 끊임없이 친구들과 핸드폰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을 보면 역시 어리다. 왠지 자신의 일탈을 자랑하고 싶은 심리가 살짝 엿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혼다가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건 어머니 덕택임을 잊지 말기를.

그 어머니의 그 아들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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