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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곤충 왕국 ㅣ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
강의영 외 지음, 박지숙 그림 / 일공육사 / 2009년 10월
평점 :
정말 반가운 책이다. 곤충에 대한 책들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다. 그 이유는 학교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곤충을 소개함으로써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자연과학 책이 있는데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이가 이 책을 먼저 보더니 재미있단다. 도대체 이 책의 매력은 뭘까?
우리나라 생태 사진가이면서 생태 연구가인 분들이 합심하여 만들어낸 작품이다. 곤충의 선명한 모습을 찍어내기 위해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곤충의 눈 렌즈’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순수 국내제작이란 점에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주인공 곤충과 주변 배경이 모두 선명하게 찍힌 사진을 보니 놀라운 세상을 발견한 기분이다. 사실 아이들 덕분에 배우는 것이 많다. 곤충을 비롯한 자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탓에 아는 바도 부족했는데 이 책을 함께 보니 꽤 흥미롭다. 역시 좋은 책 한 권이 지식과 교양을 키워준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곤충 탐사를 한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우선 학교 화단부터 시작해서 땅바닥에 기어 다니는 곤충을 찾아본다. 기껏해야 개미밖에 아는 것이 없었는데 먼지벌레, 땅별노린재, 곱등이 등 종류도 많다. 학교에 나무나 꽃이 많으면 보물찾기마냥 발견할 수 있는 곤충이 더 많으니 신날 것 같다. 지금 겨울인 것이 안타깝다. 예전 초등학교에는 동상이 한 두 개쯤은 꼭 있었다. 이순신 동상, 책 읽는 소녀상, 이승복 소년 동상, 생각하는 사람 로뎅상 등등....... 이 동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곳곳에 흙이 뭉쳐져 있다. 왜 흙이 묻어있을까? 마로 호리병벌이 지은 집이라고 한다. 그 밖의 곤충들도 비를 피해 동상 한 구석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모양이다.
놀이터에는 어떤 곤충이 있을까? 모래밭이나 미끄럼틀 밑에 숨어있는 개미지옥이 있다. 이 곤충은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란다. 그런데 요즘은 놀이터의 모래밭을 없애는 추세라서 보기 힘들 것 같다.
학교 연못이 있으면 물 속 혹은 물 근처에 사는 곤충들을 볼 수 있다. 물방개, 장구애비, 잠자리 등 조금은 익숙한 곤충들이다. 산잠자리, 날개띠좀잠자리, 큰청실잠자리, 푸른아시아실잠자리, 고추좀잠자리....... 이름도 제각각인데 그냥 잠자리라고 부르면 섭섭해 할 것 같다.
어릴 적에 잠자리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생각이 난다. 잠자리를 잘 잡으려면 뒤쪽에서 천천히 다가가야 알아채지 못한다. 잠자리는 시력이 좋아서 작은 곤충도 사냥할 수 있지만 눈이 안 보이는 뒤쪽이 취약하다.
사마귀는 생긴 모습이 별로지만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사마귀가 사는 곳이 환경이 좋다고 한다.
이 책은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을 사진에 담고 설명해주기 때문에 소개된 곤충 종류가 많지는 않다. 그 이유는 주변 환경이 너무 오염되었기 때문이란다. 아닌게아니라 주변 학교를 봐도 화단이 줄고 모래밭을 없앤 곳이 많아서 이 책에 소개된 곤충들도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연보다는 콘크리트 바닥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곤충이 그저 흉측한 벌레로 여겨질까 봐 걱정된다. 다행히 이 책을 통해서 곤충에 대한 관심이 생겼으니 여름에는 신나는 자연관찰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시리즈로 나올 책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