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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에게 쉼표 - 정영 여행산문
정영 지음 / 달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에 대하여
내게 있어 여행은 꿈이다. 현실의 익숙함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나 자신을 찾는 과정이란 의미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제껏 그런 꿈같은 여행을 떠난 적이 없다.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돌이켜보면 전부 핑계인 것 같다. 진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건 내 인생의 쉼표를 몰라서인지도 모르겠다.
여행 에세이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왠지 내가 가지지 못한 혹은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다. 여행은 오로지 여행자만을 위한 선물이니까. 그런데 이 책은 보자마자 끌리는 느낌이 좋았다. 특히 사진이 강렬한 인상을 주며 공감하게 만든다. 그 당시 여행자가 느꼈을 감동과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사진으로 담아낸 풍경은 묘한 감동을 전한다.
흔히 여행 에세이는 어떤 특정 지역을 여행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책은 세계 곳곳의 이모저모를 담고 있다. 마치 여행이란 '어디'가 아닌 '무엇을' 느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말해주듯이.
부럽다. 때로는 자신에게 쉼표를 줄 수 있으니 말이다. " 여행은 인생의 쉼표? " 어쩌면 내게는 강렬한 느낌표가 아닐까 싶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끔은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 느낌표가 절실하다. 일상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 있으면 '나'보다는 세상이 바라보는 '나'만 존재하는 것 같다. '나'를 규정짓는 꼬리표에 매여서 진정한 '나'를 찾는 일에는 소홀해질 때 인생은 참 시시해지는 것 같다.
나는 '정영'이라는 사람을 모르지만 그가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를 알 것 같다. 그가 얼마나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지,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는지 말이다. 홍챠우 마을의 소녀가 건네준 머리핀처럼 말은 안 통해도 마음은 통한다. 비록 소녀에게 예쁜 꽃핀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왠지 그 마음은 전해졌을 것 같다. 스치는 바람처럼 여행길에 만나는 인연조차 얼마나 소중한지......!!!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가벼울수록 좋다고 했던가. 어깨에 짊어진 배낭은 가벼워도 여행자의 마음은 더욱 풍성해질테니까. 그 여행자의 마음은 쉼표,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온통 느낌표다. 차분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과 그의 시선을 담은 사진이 시들해진 삶에 생기를 주는 듯하다.
고맙다. 삶은 아름답고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