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떠나가면
레이 클룬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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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데, '자전적'과 '소설'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까?

사랑이라는 주제였기에 선뜻 이 책이 끌렸던 것인데 전혀 예상 밖의 내용이어서 그 충격이 컸다. 사랑하는 아내가 유방암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이야기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분히 순애보적인 사랑을 짐작했다. 하지만 현실 속의 사랑은 너무도 잔인하고 섬뜩했다.

이것이 진실이라면 차라리 모르는 채 덮어두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에게 사랑이란 어떤 시련과 고통도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니던가?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잠 못 이루며 눈물로 썼다고 하는데 그 눈물의 정체가 궁금할 뿐이다. 사랑이 떠난 다음에 사랑이라고 말하는 거라면 그 사람의 사랑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읽는 내내 남편이란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의 아내는 정말 남편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걸까? 아내의 마지막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절대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문득 네덜란드라는 나라는 이런 이야기가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다. 이 소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부부 문제를 통해 도덕, 윤리적인 측면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아무리 사랑에는 어떤 경계도 없다지만 이들 부부의 모습은 나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만약 이 책때문에 눈물이 흘렀다면 그것은 사랑이 주는 감동때문이 아니라 적나라한 현실이 주는 아픔때문일 것이다. 아내의 입장에서 이 책이 쓰여졌다면 어떤 내용이었을지 궁금하다. 그녀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였을지 그녀의 마음이 알고 싶다. 한창 젊은 나이에 암 투병을 하면서 결국에 극복하지 못했던 현실처럼 사랑은 그녀의 삶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전에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다간 어느 교수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삶이어서 당황했고 아내의 입장이라 더 몰입했는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낯설기는 처음이다.

"전세계 독자들을 뜨거운 논쟁으로 몰아넣은 '사랑과 죽음'에 대한 가장 리얼하고 섹시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이 책에 대한 광고 문구다. 여기서 '감동'은 제외되어야 할 단어다. 대신 '충격'이라고 했어야 옳다. 현실 속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사랑의 의미가 변질될지라도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영화 '사랑과 영혼'처럼 아름다운 사랑만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다. 세상에는 진실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만약 그 진실이 잔혹한 현실이라면 묻어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당부한다.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이 책을 읽지 말기를 바란다. 아직까지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순간의 호기심때문에 자신의 꿈을 망칠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이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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