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운명의 숲을 지나다 - 조선의 운명담과 운명론 조선의 작은 이야기 3
류정월 지음 / 이숲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운명을 믿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잠시 주저하게 된다. 여기서 믿는다는 의미에 따라 전혀 다른 답변이 나오기 때문이다.

타고난 운명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고정불변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에 운명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운명은 믿음의 문제가 아닌 깨달음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세상은 요지경, 잘난 사람은 잘난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대로  산다~~~

유행가 가사처럼 잘나고 못난 것이 운명이라면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하는 일마다 잘 풀리는데 누구는 속된 말로 재수가 없는가보다. 요즘처럼 살기 팍팍한 때에 모르긴 몰라도 점집은 호황일 것이다.

'언제쯤 취직할 수 있을까? 사회적인 성공 여부 혹은 결혼 가능성은 어떠할까?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

경제가 어렵고 미래가 불확실하니 무엇인가에 의지하고 매달리는 심리일 것이다. 사주팔자, 관상, 손금, 풍수 등에 관심은 많지만 실제로 무당에게 점을 본다거나 사주를 본 적은 없다. 나의 관심은 순전히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지 무속신앙에 대한 관심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그와 관련된 책에 관심이 많다.

이 책은 운명을 주제로 역사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운명의 존재, 운명의 인식, 운명의 가치라는 세 가지 틀을 놓고 동양과 서양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다양한 이야기들은 운명적인 삶을 보여준다. 과연 이 이야기만으로 운명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이 책은 토정비결이 아니다. 사실 토정비결도 우리의 운명을 정확히 알려주지는 못한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를 바란다.

자신의 미래, 운명이 궁금하다면 점집보다는 이 책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속시원하게 자신의 미래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엉뚱한 미래를 알려줄 위험은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이다. 거대한 운명 앞에 미약한 인간이지만 운명을 탓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기에 희망은 있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시지프스 신화는 신에게 벌을 받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강한 의지를 이야기한다.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것은 각자의 몫이다. 운명에 대한 해답은 이 책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 안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