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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조병국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사는 게 왜 이럴까?’라는 회의가 들 때,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질 때, 한없이 우울하고 슬퍼질 때, 내게 삶의 지표가 되는 글이 있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 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세상에 왔지.
.......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의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 헤르만 헤세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세상에 왔다.”
그런데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부모에게 버림 받고, 질병으로 고통 받다가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가는 아기들은 어쩌란 말인가. 버려진 아기들이 국내외로 입양되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한없는 연민을 느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신의 아기를 버리는 부모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 아기들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바로 홀트아동복지회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약간의 오해도 있었다. 해외 입양이 마치 아기를 수출하는 식으로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홀트아동복지회는 절망 속에 희망을 찾는 곳이고, “모든 아동은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라는 취지를 가진 곳이었다. 비록 친부모에게는 버려졌지만 아이는 분명 행복한 가정에서 살 권리가 있고 그 일을 돕는 것이 홀트아동복지회였다. 그동안 제대로 몰랐을 뿐아니라 너무 무관심했던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이 책은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에서 50년간 진료했던 조병국 원장님의 에세이다. 젊은 시절부터 할머니가 되어 은퇴할 때까지 만났던 수많은 아이들의 사연이 담겨있다. 태어나자마자 버림 받거나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그 곳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세상은 냉정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의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초대받지 않은 아기들을 보듬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들은 입양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물론 국내외 입양아 중에는 오히려 상처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사례때문에 무조건 입양을 나쁘게 볼 것도 아닌 것 같다.
입양을 통해 따뜻한 가정 안에서 밝게 자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입양에 대해 좀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태어나자마자 혹은 어린 나이에 아픔을 겪었지만 입양을 통해 잘 극복해낸 경우처럼 언제든 사랑은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다.
또한 차가운 이미지의 의사 선생님이 조병국 원장님을 통해 포근한 할머니로 바뀌었다. 주름진 모습이 아름답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며 누군가를 도울 수 있기를, 할머니 의사처럼 나이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