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
김호기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 드라마 같은 실화

 

인기 드라마였던 <베토벤 바이러스>가 생각난다.

배우 김명민이 강마에라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등장하여 독특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작품이다. 그러나 내게는 강렬한 강마에보다는 평범한 여주인공 두루미가 더 인상에 남는다. 그녀는 강마에처럼 독하지도 않고 강건우처럼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지도 않다. 다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고 온갖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다. 갑작스런 발병으로 청력을 잃게 되면서 더이상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없게 되지만 자신의 꿈을 놓지 않는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김호기 님처럼.

드라마 속 두루미의 꿈이 시향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것처럼 저자도 어려운 시기를 거쳐 시향 단원이 된다. 정말 강마에와 같은 지휘자도 만난다. 8년 간의 시향 생활이 행복했던 그녀에게 불행은 갑작스레 찾아온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손가락 마비로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절망의 순간, 그녀는 바이올린을 제작하겠다는 새로운 꿈을 품는다.

그리고 이탈리아 스트라디바리 국제 현악기 제작학교에 입학하여 결국은 그토록 원하던 마에스트라가 된다.

위기와 절망을 희망과 꿈으로 바꾼 그녀의 인생 역전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

 

# 안단테 칸타빌레

 

천천히 노래부르듯이....... 그녀의 인생이 꼭 그렇다. 음악이 얼마나 인생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지 그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녀에게 음악은 꿈이고, 인생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열정,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아름답다.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 혹은 성공한 마에스트라의 이야기였다면 그리 감동을 주진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음악과 꿈에 대한 한 사람의 생생한 자기 고백이다. 편지를 쓰듯 일기를 쓰듯 담백하고 진솔하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바이올린과의 인연, 어렵게 연습하여 시향 오디션에 합격한 일, 강마에와 비슷한 지휘자 마크와의 추억, 이탈리아 유학 생활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까지......

평범한 듯 특별한 그녀의 삶이 내 마음을 움직인다. 처음에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라서, 그 다음에는 평범한 우리네 모습과 닮아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녀가 친밀하게 느껴진다. 진실된 삶은 있는 그대로가 감동이다.

그녀가 만든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싶다. 그리고 그녀의 바람처럼 김호기 바이올린이 세계적인 바이올린이 되었으면 좋겠다. 분명 그런 날이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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