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공포소설을 만나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1 ㅣ 러브크래프트 전집 1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20세기 고전 공포의 가장 위대한 실천가 H.P. 러브크래프트를 능가한 사람은 없다." - 스티븐 킹

 

미스터리 공포물의 작가 스티븐 킹 덕분에 러브크래프트를 알게 됐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은 굉장히 원초적인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마치 어린 시절 느꼈던 공포와 흡사하다. 시커먼 어둠은 상상력을 자극하여 보이지 않는 위협적인 존재를 탄생시킨다.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충분히 위협을 느끼게 만든다.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할 뿐이다. 어쩌면 불운했던 자신의 삶을 문학적 상상으로 풀어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는 현실이 더 끔찍하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 지금은 공포 소설의 선구자로 인정받지만 생전에는 그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고 말년에는 병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작가의 삶이 그의 작품 속에 공포와 판타지로 승화되었는지도 모른다.

분명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처음 읽는 것인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지만 결국은 인간의 극한 감정인 공포를 자극하기 때문인 것 같다. 뭔가 꺼림칙하고 오싹한 느낌이지만 자꾸 궁금해서 들여다 보게 된다. 절대 봐서는 안 되는 것들을 보고 싶은 욕망처럼 공포는 우리를 유혹한다. 그래서 공포물에 빠져드는 것 같다.

작가 자신도 공포에 중독된 것은 아닐까? 본인 스스로 빠져들지 않고서는 이런 작품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공포는 원래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라서 매번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처절한 방식처럼 느껴진다. 그가 만들어낸 세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면서 현실보다 강렬하다. 또한 미지의 공간, 우주까지 펼쳐지니 그 놀라움은 배가 되는 것 같다. 누가 알겠는가? 외계 신, 외계 종족까지 아무도 확신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으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주 저 너머까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놀랍기만 하다. 일상이 다소 지루하다거나 무기력해질 때, 뭔가 자극이 필요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공포물을 즐긴다면 공포의 원조를 경험할 수 있다. 서서히 조금씩 러브크래프트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