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정채봉 지음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갓 스물을 넘긴 여학생과의 대화. 참고로 나는 서른을 넘긴 지 오래다.

어쩜 나이를 잊고 살다가 풋풋한 이십 대를 만나니 세월이 느껴진다.

 

" 남자 친구 있어요?"

" 아니오. 전 그런 것 관심 없어요. 제가 이기적인가봐요."

" 누구나 이기적이죠. 다만 사랑하면 달라지는 거지."

" 그런데 요즘 외로워요."

" 사랑을 안 해서 그런 것 아닌가?"

" 에이, 아니라니까요."

" 아니, 사랑의 대상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지. 자신이 사랑하고 몰두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말하는 거지.

삶에서 사랑하는 무언가가 없으면 외로움이 더 커지는 것 같아."

 

문득 젊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기적인 이십 대, 분명 나도 그 시절을 지내왔는데 세월이 흘러도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은 변하지 않는구나.

아마도 사랑 없이는 누구나 외로운 거겠지.

그런데 내게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곁에 있는데 왜 외로운 걸까?

그건 바로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잊고,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걸.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무언가를 잃어버렸는데 누군가 그것을 찾아주었을 때의 기쁨이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기쁘고 반가우면서도 가슴이 철렁했다. 나는 나를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잃어버렸구나 하고.

나를 포함한 이 세상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돈, 명예, 성공...

어른이 되면서 변해가는 것을 우리는, 세상을 제법 알아간다고 표현한다. 살다보니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고 명예와

권력이 세상만사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그 쪽에 눈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각박해지는 것은 얇아진 지갑때문인지, 돈을

쫓느라 아둔해진 마음때문인지 모르겠다.

갈팡질팡하며 바쁘게 지내다가 겨우 한 숨을 돌리는 찰나, 이 책을 만났다.

정채봉 선집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 에세이가 함께 있다. 삶의 지혜가 담긴 동화도 좋지만 실은 정채봉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훨씬 마음에 와 닿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11월에 갑작스런 몸의 이상을 알게 되면서 암투병을 했다는데 그의 글은 한결같이 곱기만 하다. 괜히 읽는 내가 마음이 아프다.

아름답고 따뜻한 동화를 써 왔던 그 마음 그대로, 그 분은 자신의 삶을 살았구나 싶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정신 차리고 정채봉 님이 들려주는 값진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두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