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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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하다. 상상우화집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물론 이야기 자체는 동화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뭔가 여운이 길다. 직접적인 훈계를 하지 않으면서도 은밀한 깨달음을 준다는 게 신기하다. 왜 어른들에게 우화집이 필요한지 알 것 같다.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등장 인물의 이야기를 보면서 객관적인 시선을 갖는다. 대놓고 나를 향하여 비난하거나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지만 스스로 느끼게 된다. 어찌보면 어리석고 부족한 등장 인물이 한심할 때도 있지만 내 안에도 그런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벌거벗은 임금님,

그 임금님을 바라보는 백성들은 허영 많고 탐욕스런 임금님을 욕하면서도 차마 무서워서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린아이는 거침없이 소리친다. "와, 임금님이 벌거벗었네."

김주영의 상상우화집은 속된 세상, 속된 인간들을 벌거벗긴다.

상상의 세계 속으로 이끌면서 현실의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제까지 남들을 손가락질하며 욕했는데 결국은 나 자신을 향한 비난이였음을 깨닫는다. 수많은 이야기 중 <감추어진 상처>가 그렇다. 다른 사람의 치부나 허물은 본인이 감추려고 애써도 남들 눈에 띄게 마련이다. 감추어진 상처를 굳이 끄집어 비난하는 일,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스스로를 올바르고 착한 사람이라고 여겼다면(바로 나같은 사람)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꾸벅꾸벅 졸다가 갑작스레 깬 느낌이다.

"정신차려! 제대로 세상을 보라고~"

산다는 것이 어느 순간 반복된 일상으로 느껴질 때, 주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줄어들 때,

그 때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벽돌을 쌓는 사람>을 보면 처음에는 시끄러운 세상을 피하고 싶어 벽돌을 쌓는다. 그러다가 완전히 세상과 결별하고 싶어서 성을 쌓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국가를 만든 것이다. 그곳은 바로 정신병원이다.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가?

세상과 소통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가둔 <벽돌을 쌓는 사람>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상상으로 표현되는 우리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상상이란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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