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 예술가는 특별하다?

왠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평범함을 거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예술가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이 평범함을 거부한다기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른 듯싶다. 배추를 바라볼 때 김치 만드는 재료로만 생각하는 사람과 배추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람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여기 인간 김점선을 만났다. 그는 삶 자체가 예술이다.


# 인간 김점선은 누구인가?

예술에 대한 나의 무심함과 무지함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녀의 존재를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몰랐다니.

이력을 보니 굉장하다. 1972년 제 1회 앙데팡당 전에서 백남준, 이우환의 심사로 파리 비엔날레 출품 후보에 선정되며 등단했고, 1987~88년 2년 연속 평론가협회가 선정한 미술 부문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로 선정되었다. 화가로서의 개인전 활동뿐 아니라 방송 활동도 했으며 책도 여러 권 낸 작가다.

누군가를 평가할 때 이력을 살펴보는 방식은 가장 싸구려 같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다. 처음에는 화가 김점선의 명성에 감탄한다. 그러나 그녀의 글을 읽을수록 껍데기를 벗어낸 진짜 알맹이다운 모습에 매료된다. 속내를 들여다보니 그녀는 자신을 인정해준 현대미술계에 반기를 들며 당당히 독자노선을 걷는다. 세련된 예술로 남들에게 인정받느니 자신만의 원초적인 그림 세계에 만족한다. 스스로 천재라고 말한다. 맞다. 당신은 천재다. 생각도 맘대로 사는 것도 맘대로, 이보다 더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녀는 화려한 등단과는 달리, 실제로는 한국 현대미술 단체전에 한 번도 초대된 적 없는 왕따 예술가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대단하다. 결혼하게 된 사연도, 자식을 키우는 모습도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그만큼 개성이 넘친다.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그녀가 암환자라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생겨난 암 덩어리들을 자신의 정신과 일치한다고 말한다. 정상세포에 반항하며 생겨난 암처럼 자신의 생애는 저항과 반항으로 점철된 생애였다고.

“내 몸에 ‘앎’이 생겨난 것은 내 몸이 정신과 일치한다는 증표다. 이제야 속과 겉이 같은 사람이 되었다. 오랜 수양의 결과로 환갑을 넘겨서야 제대로 된 인간이 된 것이다. 이런 내 몸에 경의를 표한다.”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그녀지만 자신이 말하는 김점선이라는 사람을 알 것 같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안다는 건, 분명 천재다.


# 김점선의 그림을 보다.

동화 속 그림 같다. 첫 느낌이 화사하고 따뜻하다. 쭉쭉 시원하게 그어진 선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이 눈앞에 선명한 그림으로 보이는 것 같다. 그녀는 바람 같은 존재다. 한 곳에 붙잡아둘 수 없지만 어느 곳이든 함께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인생에서 책과 벗할 줄 알고 세상을 향해 큰소리치는 그녀가 멋지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힘이 나고 행복한 미소가 지어지는가 보다. 이제는 그만 세상에 반항하고, 세상에 녹아들기를 바란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길 희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